Page 30 - 전시가이드 2024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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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파이팅해요.
글 : 장소영 (수필가)
감기 증상이 열흘 넘게 지속된다.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고 약간의 열감과 함 월이라.’
께 피로가 쌓인 듯 무기력하다. 나름 회복에 신경을 쓰고 있는 데 마음이 안 놓 여인네들의 유일한 바깥나들이인 화전놀이도 진달래가 피어났던 시기였다.
이셨는지 레오미시아 형님께서 영양 식품을 보내주셨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이면 신분과 귀천을 떠나 부녀자들이 모여 바깥소식도
듣고, 마음껏 기개 펴며 풍류도 즐겼던 봄나들이. 덴동 어미 화전가에서 보여
“먹고 아프지 말고 파이팅해요….” 지듯이 신세한탄도 늘어놓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나아갈 삶의 역정을 살
폈던 꽃구경이었다. 그 때 기름에 지진 동그란 찹쌀완자에 살포시 올라앉은
울컥한 마음으로 다시 기운내야지 하는데 ‘까톡~’ 휴대폰에 진달래 꽃 사진 여 붉은 진달래 꽃 화전은 쌓인 한만 풀어낸 것이 아닌 인생의 지혜가 녹아든 음
러 장이 전송되어 온다. 진옥이가 진달래꽃으로 나의 안부를 묻는 것이다. 온 식이었던 것이다.
산에 연분홍빛 진달래꽃이 흐드러져 있다. 사랑의 기쁨이란 꽃말처럼 은은한
분홍 진달래꽃을 보며 나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이들의 마음과 닮은 것 같아 어릴 적 할머니와 엄마가 자주 흥얼대던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
눈시울이 붉어진다. 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노랫가락이 귀에
봄 하면 개나리와 함께 화사한 진달래가 먼저 떠오른다. 대부분의 다른 봄꽃 착 감기는 날도 진달래꽃 무르익은 시기였다. 옛 여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과는 달리 이른 시기에 피고 지는 꽃이다. 화전놀이도 시대 따라 사라지고, 지금은 어쩌다 별미로 화전을 만들어 먹기
‘가세 가세 화전을 가세. 꽃 지기 전에 화전 가세. 이때가 어느 땐가 때마침 삼 는 하지만 즐겨하진 않는다. 게다가 오염된 공기로 식재료로 쓸 진달래꽃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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