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전시가이드 2020년 05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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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장지에 먹, 아크릴 Oriental ink. Acrylic on Oriental paper  152X212cm  장지에 먹, 아크릴 Oriental ink. Acrylic on Oriental paper  152X212cm







                                    박준렬 개인전 2020. 5. 6 – 5. 11 인사아트센터







         박준렬 작가의 침묵(沈黙)                                 지난해 작가는 환원(還元)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었다. 흙으로 만
                                                        들어진 도판위에 바늘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금속조각을 올리고
        박준렬 개인전                                         구우면서 불에 의해 녹아내린 물질의 흔적을 통해 하나의 형상을 재현해 내고
                                                        그 방형의 도판작업들을 그리드 형식으로 배치하여 무한정 뻗어 나아갈 수 있
                                                        는 장(場)의 개념을 보여주었던 것이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
                                                        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또 다시 종전의 것들과는 너무도 상이한 시도를 보여주
        글 : 이상범 (하남문화원 사무국장)
                                                        고 있다. 이건 뭐지? 그동안 아주 긴 시간 작업하여 왔던 오브제(objet) 형식을
                                                        벗어던지고, 더불어 회화의 구상성을 배제한 채 최소한의 예술이라 부르는 미
                                                        니멀 성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들숨과 날숨의 소리조차 멈추었다!
        숫돌에 갈아놓은 듯 예리한 엄지와 검지의 손톱이 먹줄을 소리 없이 튕겨낸        지난 시간 작가의 작업은 매우 많은 변화들을 보여 왔으나, 필자의 좁은 소견
        다! 먹물은 한지위에 뿌려진 분무의 습도를 타고 아무 소리도 없이 하얀 장지      으론 일련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감히 생각되어진다. 초기 작업에서 보
        에 살며시 스며든다! 어떠한 마티에르나 형태가 뚜렷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      여 왔던 신 구상 회화에서 선보인 모티브들은 작가가 그때까지 경험했던 삶
        지 의도한 검은 먹선 주변으로 스스로 번져나가 만들어낸 자연스런 먹의 번짐       의 모습을 은유화 하고자 했던 추상 풍경화였으며, 이어서 시도된 바늘과 가
        만이 침묵(沈黙)속에 있을 뿐이다!                             시의 일련 작업들은 갑작스런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마음속에 내재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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