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전시가이드 2020년 05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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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에 먹, 아크릴 Oriental ink. Acrylic on Oriental paper. 212X152cm
먹물은 한지위에 뿌려진 분무의 습도를 타고 아무 소리도 없이 하얀 장지에 살며시 스며든다!
어떠한 마티에르나 형태가 뚜렷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의도한 검은 먹선 주변으로 스스로 번져나가 만들어낸
자연스런 먹의 번짐만이 침묵(沈黙)속에 있을 뿐이다!
칠고 복잡했던 심상을 오브제를 통해 드러내고자함 이었다고 생각되어진다. 고 쉽사리 생각되는 놀이는 결코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반성, 그리고
그리곤 근래 까칠한 바늘 끝을 통하여 표현하고자 했던 복잡한 심상을 허물 사유를 통해 과감히 내려놓은 결과의 선(線)이다. 회화를 처음 배우며 날실과
을 벗듯 털어내고는 오브제 본연의 물성을 과감히 회화적 형식과 접목하여 오 씨실처럼 수없이 내리 그었던 선(線)이지만 이제는 철저한 의도에 의하여 그
직 물성이 가진 자체만으로 보여 지기를 시도한 것은 그동안 일련의 작업들에 려진 선이면서 동시에 바탕이 되는 한지의 자유에 의해 만들어진 선이다. 또
서 보여 지는 마음의 모방(mimesis of mind)으로부터 해방되어 순수물성 자 한 그동안 수없는 작업을 통하여 내용으로 담고자 했던 삶의 무게를 내려놓
체로 돌아가고자 함인지도 모른다. 비로소 아주 오랜 동안 본인 스스로를 괴 고 다시 선으로부터 시작하고자 함인지도 모를 일이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
롭혀 왔던 과거의 기억과 완전한 결별을 시도 하고자 함인지도 모른다. 참으 이다.’ 라는 조주스님의 말처럼 겪고 나니 과정만 있었을 뿐 역시 산은 산이
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 물은 물일뿐인데...
이제는 무겁고 중함으로 늘 행해 왔던 작업의 무게를 내려놓고 선(線)을 통해 아마도 이후에 시도되는 작업은 종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사뭇
가볍게 산보하듯 나는 놀이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다 벌써부터 기대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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