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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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애니艾柅 이주연李柱燕 작가

        페이퍼맨(Paper Man), 깨어 있기를 요청하다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Wish Tree of Paper Man_paper installation_212×220cm_2019





        2023년  5월호  이주연(李珠燕/JOOYON  LEE)  컬럼  <21세기  학교미술교육  질적 특성을 시각적으로 거부한다. 이렇게 모여진 종이들은 어쩌면 반 시게루
        에서 왜 정체성 역량이 중요한가>에서 2022 개정 미술과 교육과정(교육부,      (坂 茂/일본/1957~)의 종이 건축처럼 내구성과 경제성이 뛰어나서 언제든지
        2022)의 ‘정체성 역량’을 언급하며 이에 부합하는 동명이인(同名異人) 애니(    자유자재의 모습으로 헤쳐모여 할 수 있는 효율성과 기능성을 자랑하며 어떤
        艾柅) 이주연(李柱燕/JOOYOUN LEE) 작가의 ‘Who are you 1, 2, 3’ 작품을 소  형태로든 작가의 의도대로 확장한다.
        개한 바 있다. ‘Who are you 1, 2, 3’에서는 밀집된 공간 속에서 각기 다른 표
        정을 지으나 동일화를 지향하는 군중심리 메커니즘이 면면히 읽혀서 개인과         그런데 작가의 작품 속에 보여지는 인물 군상들의 표정에서 받는 느낌은 오히
        집단의 정체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기에 선정한 것       려 관조적이다. 이는 ‘나’라는 특정 관람자의 개인적 느낌일 수 있겠으나, 찡그
        이었다. 처음에는 집단적 동조현상에 대한 대중의 사회적 행동 패턴에 관심        린 듯 질끈 눈을 감은 이들의 표정 뒤에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듯 가급
        을 가진 작가가 아닐까 했는데 이주연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고 보니 이는        적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절제미 또한 ‘읽힌다’. 어떤 현실이건 받아들이면서
        일부일 뿐이고 인간 삶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과 주제들에 관심을 지닌 작가        도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채 군중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며 이탈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 않고 그 자리를 고수하는 모습에서 이들이 지닌 신념은 무엇이고 그 신
                                                        념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각박한 현대사회
        작가의 종이 인간들은 ‘페이퍼맨’(Paper Man)이라 지칭된다. 이 페이퍼맨들   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는
        은 어느 때는 판화에 기반하여 컷아웃된 인간 형태로, 어느 때는 평면 회화, 입    데, 이러한 용기와 희망을 전달하는 형태와 방법들은 전시의 형태마다 조금
        체와 설치, 영상과 애니메이션 등 영역과 재료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작업       씩 다르게 형성되었다고 보인다. 처음에는 전체로서의 동일성에 좀 더 무게
        하는 작가의 곁에서 개별 혹은 집단으로 등장한다. 종이는 상대적으로 약한        를 주다가 꽃이 만개하듯 유기체처럼 방향을 지정하지 않고 공간 속에 확장되
        물성을 지녔지만 날카롭게 잘려진 형상과 촘촘히 채워진 군상들은 종이의 본        는 모습으로 전환되면서 살아 있는 생명체의 능동적인 힘이 강화되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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