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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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 up I-linocut_40×30cm_2016                 Devotion_linocut_60x45cm_2018






                                        작가의 종이 인간들은 ‘페이퍼맨’(Paper Man)이라 지칭된다.
                                       이 페이퍼맨들은 어느 때는 판화에 기반하여 컷아웃된 인간 형태로,
                                  어느 때는 평면 회화, 입체와 설치, 영상과 애니메이션 등 영역과 재료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작업하는 작가의 곁에서 개별 혹은 집단으로 등장한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개개의 형태는 전체에서 소멸하듯 망막 속에서 명멸한다.        대될 수 있음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작가의 작품들은 ‘Who are you 1, 2, 3’의 경우처럼 작품 설치에 있어서도 하나  이주연 작가는 자신의 페이퍼맨이 위로와 용기의 차원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이면서 둘, 혹은 세 점의 작품들이 각기 달리 혹은 나란히 연작처럼 전시되는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치유나 힐링이라는 단어가 너무도 흔하게 사용
            등 목적과 놓이는 장소에 따라 배열의 순서나 위치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러       되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깨달음이나 편안함이 더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어
            한 점에서 장소 특정적이다. 이를 종합해보면 작가는 처음부터 무언가를 정해       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작가의 ‘Wish Tree of Paper Man’과 ‘Devotion’
            놓지 않고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작업의 규모와 방식을 정해나간다고 할 수 있       에서는 분명 치유, 힐링, 위로의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기에 처음에는 컬럼 제
            으며, 여기에서 작가는 관람자의 다양한 해석과 개입을 허락하며 귀기울인다.         목을 <힐링을 위한 대화를 요청하다>로 했으나 숙고를 거쳐 <깨어 있기를 요
                                                            청하다>로 수정하였다. 작가는 편안한 에너지를 작업에 계속 넣어야 그 에너
            비평가들은 이주연 작가의 작품에서 ‘맨’(man)으로 끝나는 단어가 주는 뉘앙     지가 보는 이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서 본인의 작품을 소장한 소장가들로부터
            스에 중점을 두거나, 종이의 물성에 몰두하거나, 페이퍼맨의 표정에 집중한다.      작품을 볼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는 말을 들으면 그 건강한 에너지를 다시
            또는 개인의 삶이 어떤 다수와 얽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여질 수 있다는 데       돌려받는 느낌이라고 하였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투영함으로써 자기
            기반하여 사회적 관계 속 존재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중 가장 적절하게 논평       자신을 스스로 새롭게 인식하고 이렇게 깨어 있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라고 법
            한 이선영 평론가의 경우 산업화된 사회 속 자본주의와 밀접하게 연관된 수동       륜 스님이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작가가 말하려던 것이 그리고 페이퍼맨의 신
            적 존재로서 무기력한 대중으로 분석하기도 하였으며 현대인의 소외 혹은 실        념이 바로 이러한 깨어 있기라고 확신한다.
            존의 상태로 해석하면서 군중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사회학적인 맥락으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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