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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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한태리 작가가 선보이는 주름의 미학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불안한 안식처_장지에 먹_72.5×92cm_2014


        한태리 작가의 작품은 에민(Tracy Emin/영국/1963-)의 ‘My Bed’(1999)를 떠  in bed’(1991)의 경우 침대는 벗어날 수 없는 각종 질병과 장애, 고통을 상징
        올리게 한다. 물론 그려진 침대와 작가 본인이 사용했던 실제 침대라는 차이       하지만 또한 시공간을 가로질러 환상과 상상이 펼쳐지는 시작점이 되기도 한
        가 있기는 하다. 사실 침대는 미술가들의 작품 속 뒷배경에서 흔히 볼 수 있      다. 침대를 선택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한태리 작가도 그렇다.
        는 소재이다. 침대 하면 생각나는 작품들은 티치아노(Tiziano Vecellio/이탈
        리아/1488(1490)-1576)의 ‘우르비노의 비너스’(1538), 마네(Édouard Manet/  침대에 대해 더 논하고 싶지만 이제는 작품 속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황홀
        프랑스/1832-1883)의 ‘올랭피아’(1863),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  하고 매력적인 주름에 집중하도록 한다. 한태리 작가도 전시 제목을 ‘주름과
        네덜란드/1853-1890)의  ‘화가의  방’(1888),  뷔야르(Jean-Édouard  Vuil-  덩어리’로 제시한 바 있고, 작가노트에 “꿈을 향한 모든 수고는 반복되는 마찰
        lard/프랑스/1868-1940)의  ‘침대에서’(1891),  로트렉(Henri  de  Toulouse-  과 힘을 견디며 무작위적인 주름이 된다. 내 작업에서 주름은 결국 외부와 개
        Lautrec/프랑스/1864-1901)의  ‘침대에서’(1892),  뭉크(Edvard  Munch/노  인 사이에 일어난 충돌과 격렬한 반응에 대한 증거이자 흔적이다.”라고 밝힌
        르웨이/1863-1944)의  ‘시계와  침대  사이에서’(1940-1942),  베이컨(Francis   바 있다. 작가에게 주름은 외부 세계로부터 작가를 보호하는 경계이자 최전선
        Bacon/영국/1909-1992)의 ‘두 형상’(1953),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  에 놓인 장식막이다. 주름을 논하는 작가의 의견을 존중하며 비평가들도 다른
        berg/미국/1925-2008)의 ‘침대’(1955), 워홀(Andy Warhol/미국/1928-1987)  어떤 것보다 주름에 집중했다. 이승훈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적 시각의 공유
        의 ‘잠’(1964), 피슬(Eric Fischl/미국/1948-)의 나쁜 소년(1981), 뮤익(Ronald   지점으로 투사된 사물이 바로 주름진 덩어리이며, 이렇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
        Hans  Mueck/호주/1958-)의  ‘침대에서’(2005),  치하루(Shiota  Chiharu/일  각은 세상을 향한 또 다른 변곡점(특이성)으로서 생명을 사유하는 힘을 불러
        본/1972-)의 ‘죽음과도 같은 잠’(2016) 등을 들 수 있는데, 작품 속 이러한 침  일으킨다고 하였다. 서민정은 불안의 상징으로 주름과 덩어리를 해석하며 침
        대들은 인간의 삶을 이루는 잠, 죽음, 성, 휴식, 힐링 등 다양한 의미와 목적의   대라는 도피처에서조차 안락함을 보호받지 못하는 공간이라는 존재에 중점
        표징(表徵)으로 읽힌다. 손택(Susan Sontag/미국/1933-2004)의 희곡 ‘Alice   을 두고 논하였다. 또 다른 비평가는 불안한 안식처로서 경계선상에 있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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