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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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Raoul Dufy, Vase ovoïde(계란형 꽃병), enameled ceramic, 32 x 32 x 42cm, 1928 ⓒADAGP
(우) 허일, 백자달항아리, 34 × 34 × 36cm, 백자토 투명유 ⓒADAGP
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이쯤에서 요즘 <평면 회화>가 대세를 점한 국내미 《퐁피두센터》에서도 전시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생애 전체가『도자 굽는 가
술시장의 ‘전시회 열풍’ 속에서, 고군분투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마』안의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던 라울 뒤피처럼, 허일 작가도 장르를 뛰어넘
허일 작가의 ‘작업 배경과 경력’에 주목해 보았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일까, 최 어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펼칠 수 있을는지 자못 귀추가 주목
근에 국내에 유입된 <글로벌 거장>들의 전시회 가운데 유독 주목 받고 있는 된다.
라울 뒤피(Raoul Dufy)의 『도자 예술』을 허일 작가의 그것에 오버랩 시켜볼 기
회가 있었다. 그것도 거장의 다양한 컬렉션을 한 장소가 아닌 두 군데서. 그 첫 결론적으로, 허일 작가는 <평면 회화> 위주의【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회
번 째 ‘눈의 호사’는 서거 70주년을 맞이한 동시에 《예술의전당》의 전관 개관 원 작가들 과는 다르게『백자 달 항아리』, 『흑유 다관』, 『연적』, 『다식함』 등의 다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월 2일부터 9월 10일까지 《한가람미술관》에서 누릴 양한 종류의 ‘생활 도자’ 창작을 통해 우리문화 고유의 디자인을 선보이거나
수 있었다. 라울 뒤피의 원작 160점을 전시하는 국내 최대 규모에다가, 뒤피의 세계 어디서나 통할법한 <글로벌 양식>을 가미시킴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고향인 프랑스 르아브르의 시립미술관인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 소장품 《한국 도예 예술의 멋과 맛》을 추구한다. 필자는 기왕지사 라울 뒤피와 허일
들이 줄을 이어 펼쳐졌다. 그 뿐이 아니었다. 라울 뒤피 말년의 작품인『자화상』 작가의 행적을 서로 비교한 김에, 요즘 한창 세인들의 인구에 회자되어 화단
을 비롯해 『붉은 조각상이 있는 라울 뒤피의 아틀리에』이어 《니스 시립미술 을 달구고 있는 “인공지능 생성물의 [지적재산권]을 허용할 수 있는지” 여부
관》의 소장품들 가운데, 라울 뒤피가 1930년대에 아내 에밀리엔(Emilienne) 에 결정적인 쟁점을 제기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인공지능(AI)
을 그린 『에밀리엔 뒤피의 초상』도 시선을 사로 잡는다. 이걸로도 부족했는 이 생성한 결과물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이를 둘러싼《
지, 개인 소장가인 벨기에의 에드몽 헨라드가 수집한 『뒤피의 패션 작품』도 볼 이해 집단》간의 ‘이권 다툼’이 지속적으로 벌어지리라 예상된다. 그만큼 인간
수 있다. 뒤피 특유의 패턴을 사용한 의상들, 패턴을 위한 스케치 등이다. 라 이 제작한『창작품』과 AI의「생성 물」사이에는 구분과 경계가 흐려질 것으로 여
울 뒤피는 기존의 회화 전시회의 틀에서 벗어나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악, 영 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확신하는 인간의『창작품』을 향한 단 한가
상, 미디어아트, 체험 등을 가미해 작가의 작품과 생애를 독특한 시선으로 바 지 [신뢰 요인]은 역설적이게도, 서로 다양하고 풍성한 정서를 통해 교감하는
라본다. 이와 병행해서, 라울 뒤피의 다른 분신들이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인간과는 달리 일방적으로 차갑게 주입된 ‘데이터 학습’을 통해 AI 가 만들어
ALT.1》에서 5월 17일부터 9월 6일까지 소개된다. 뒤피 작품의 ‘최대 소장처’ 낸 「생성 물」에 대해 과연 어느 누가 서슴치 않고 ≪절대 가치≫를 부여하며 인
인 《퐁피두센터(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들의 퍼레이드는 『회화』에 국 정해 줄지 마냥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본 지면을 통해 독
한되지 않는다. 라울 뒤피는 당시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잘나가는 디자이너였 자 제위께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서의 라울 뒤피가 왜 하필 공교롭게도
다. 역시 이곳의 ‘하이라이트’ 또한 뇌리에 익숙했던『회화』에 대한 기대감을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되는 사후 70주년에 즈음해 이 땅을 찾아왔는지, 또
훨씬 넘어선『패션』장르였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 17 한 그 사실이 우리 화단에 무엇을 시사하는지 각별한 관심과 주의를 촉구하고
개가 쭉 늘어서있다. 여기가 패션쇼 라운지인지, 미술 전시장인지 헷갈릴 정 싶다. 게다가 뒤피와 마찬가지로 【ADAGP 글로벌 저작권자】 족보에 등재된 허
도다. 모두 라울 뒤피가 디자인한 패턴이다. 뒤피는 생전 1000가지가 넘는 패 일 작가의『도자 예술』이 도대체 어떤 명분에 의해 창작되어 <데미안의 알 껍
턴을 만들었다. 물론 여기에선 <오뜨 꾸뛰르(하이패션)>의 창시자인 폴 푸아 질>을 깨고 나왔는지 되묻고 싶다. 아무쪼록, 모든 창작하는 작가들이 작금의
레(Paul Poiret) 등과 협업한 작업 등을 볼 수 있다. 단연 압권은 검은색과 분 잡다한 사회적, 미학적, 법률적인 논쟁 및 이슈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신’에 입
홍색을 매치한 『블랙핑크 도자기』에 이어 타일 작품『조개껍데기를 든 목욕하 각한 미래지향적인 ≪유토피아≫를 발견하고 향유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는 여인(1925)』으로서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워낙 소장 가치가 귀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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