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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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카프 궁전의 이즈닉 타일 톱카프 궁전의 이즈닉 타일
수 없었기 때문에 식물이나 문자, 기하학적인 문양을 서로 결합시켜 특유의 양
식을 만들게 되었다. 아라베스크는 대칭과 반복이 특징이고 매우 복잡하고 섬
세하면서도 정형화된 문양으로 이슬람이란 종교가 예술과 융합하여 만들어낸
독특하고 환상적인 이슬람 미술의 진수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아라베스크라는
단어는 아름다움을 상징하여 음악이나 무용에서도 쓰인다. 서양 음악에서는
아름답고 화려한 곡을 아라베스크라고 부르며, 서양의 고전무용에서도 한 발
로 서서 다른 한 발은 뒤로 젖히고 두 손을 앞뒤로 일직선으로 펴는 우아한 포
즈를 아라베스크라고 한다.
우리의 전통 단청도 아라베스크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중동의 아라베스크
문양은 이슬람교와 함께 동쪽으로 전파되면서 인도와 티베트를 거쳐 중국에
전파되고 이것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지면서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 단청으로
발전되었을 것이다. 또 다른 경로는 아라베스크의 영향이 신라 시대부터 고려
시대에 걸쳐 사라센 제국과의 무역과 교류를 통하여 유입되면서 변형 발전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포르투갈 아줄레주 타일
고려 시대에 지어진 목조 건물 중 현존하는 수덕사 대웅전에는 고려 시대의 단
청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데 대들보에 머리초의 느낌을 주는 단청이 그려져 있
다. 머리초가 형성되기 이전의 연꽃과 석류 문양이 매우 간결하고 단순하게 표 다. 종이에 문양을 그리고 나서 구멍을 뚫는 것이나 흰 점토액을 칠한 초벌 타
현된 것으로 머리초의 원형이라고 생각된다. 조선 시대에는 동서양의 교류가 일 위에 구멍 뚫은 종이를 대고 석탄가루를 두드리는 것은 단청에서 천초(穿
이전보다 더 활발해지면서 아라베스크의 영향이 더 커졌을 것이다. 조선 후기 草)와 타초(打草)를 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채색도 녹색을 제일 먼저 칠한다고
에 들어 단청이 더 화려하게 변화하면서 지금과 같은 머리초의 도상이 형성된 하는데 단청도 녹색인 양록을 제일 먼저 칠하는 점에서 같다. 게다가 기하학
것으로 짐작된다. 아마도 조선의 단청 화공들이 이즈니크 타일이나 아줄레주 적인 문양인 금문(錦紋)은 아라베스크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아서인지 솟
타일의 아라베스크 문양을 접하게 되면서 머리초나 금문 등을 만들어 내게 된 을금의 경우는 그 형태가 똑같다.
것은 아닐까? 이즈니크 타일의 하타이(hatayi) 문양 중에는 수덕사 단청의 머
리초와 비슷한 형태가 있다. 또한 이즈니크 타일의 제작 방식은 단청과 유사하 그래서 단청은 아라베스크와 이웃사촌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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