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3년 07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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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_장지에 먹, 분채_127.5×150cm_2021
불과 주름을 통해 작가만의 독자적인 탐구적 시선이 갖는 매력에 대해 논하였 선으로 옷의 주름을 처리하거나 음영으로 입체감을 살려 묘사하기도 하였는
다. 이렇듯 작가의 작품 속 수묵의 주름은 화면 속으로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 데, 대부분의 경우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배경이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끌며 오랫동안 머물게 만드는 매력적인 형상이자 비평의 주 대상으로서 또한 부차적 역할을 담당했다. 롱고와 조선시대 초상화의 경우처럼 주름은 주로 복
이야기를 시작하게 하는 증표로서의 역할을 한다. 주름은 눈으로 확인되는 실 식에서 많이 언급되는데, 복식의 주름은 인체의 외형적 특성과 움직임에 따라
제적인 주름이자, 접혀져 있다가 나중에 펼쳐지며 드러날 잠재적 주름이기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는 점에서 보면 침대에서 형성되는 주름과 다르지 않다.
하다. 그래서 접혀진 주름에 대한 내재된 궁금증과 갈증도 동시에 존재한다. 인체로 인해 반복적으로 형성되는 선의 통일성, 방향감 있는 주름의 연속적인
모양들은 그렇게 주름의 미학을 형성해 나간다. 한태리 작가가 묘사하는 침대
한태리 작가가 묘사한 수묵의 주름은 롱고(Robert Longo/미국/1953-)의 극 의 주름은 그 자체로 평면 공간 속 비정형의 형태를 보이면서도 인간의 규칙적
사실적이고 초현실적인 모노톤의 패턴화된 주름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전통 인 행동 패턴의 결과로 인한 형태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어
적인 구상 표현에 충실하면서도 배경의 삭제를 통해 불편한 제스처를 취하는 떤 존재론적 힘이 지나갔거나 숨어 있으며 흘러가는 시간의 궤적이 함께 한다.
인물간의 팽팽한 힘의 균형과 함께 긴장감 있게 당겨진 옷의 주름을 단계적 이것을 모두 포괄하여 주름의 미학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으로 발견하게 하는 롱고의 경우와 달리 한태리 작가의 경우에는 오롯이 인
체의 뒤척임으로 형성된 이불 주름을 통해 시각적 힘의 균형이 배제되었음 한태리 작가는 사물을 통찰하는 시선이 탁월한 작가이다. 그 탁월성은 전체적
에도 화면 구성만으로 긴장감 있게 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같으 인 묘사보다는 부분을 포착하여 파헤치듯 몰두할 때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 바
면서도 다른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은 재료가 상이함에도 라자면 작품에 균형감 있는 힘과 시간의 특성이 보다 선택적으로 그리고 의도
불구하고 흑백의 강렬한 조화, 대담한 구도, 패턴화된 평면 처리 등에서 유사 적으로 또한 가시적으로 추가된다면 의미하는 바가 좀 더 손에 잡힐 듯이 구
성을 보인다. 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 수묵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강렬한 느낌을 그
대로 가져가면서도 영상의 특성을 추가하여 힘과 시간성을 포괄하는 것도 앞
옷의 주름과 관련해서는 조선시대 초상화에서도 그 예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으로 해봄직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시에는 묘사된 인물의 인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오히려 간결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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