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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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안녕의 온도_acrylic on canvas_65.1x90.9cm_2021       몽글몽글 숲이 된 너_acrylic on canvas _65.1x90.9cm_2021





















        전시장풍경1                                          전시장풍경2


         홍수정의 Energetic flow,                           와 가타리(Guattari)의 공저 『천 개의 고원(A Thousand Plateaus)』에 등장

                                                        하는 ‘리좀(Rhizome)’ 개념의 확장이다. 하나가 아닌 다층의 에너지들은 위
         역동(逆動)을 담은 메타회화                                계 없는 자연의 파동(pathos)과 연결되어 샘솟는 창조의 에너지, 창발성(創發
                                                        性, emergent property)을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2020년대 들어 작품의
                                                        주제나 내용, 시각적 구성 등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였다. 시작과 끝이 정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해지지 않은 뒤엉킨 선들이 생명의 구조(life structure)를 이루고, 색선(色線)
                                                        의 교차들이 회화 속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개별과 전체
                                                        의 조화를 추구한 것이다. 기존 작업들이 ‘에너지 덩어리=리좀적 형상’ 그 자
        《Energetic flow》(유중아트센터 3층, 2022.4.9.-4.22)는 이전 작업에서는 볼   체였다면, 최근 작업들은 형상 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수 없었던 ‘에너지드로잉’의 극적 요소들이 블루·오렌지·그린 등으로 점철된       담아낸다. 멀리서 보면 단색으로 보이는 추상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자유
        추상 속에서 ‘혼성의 역동’을 선보인다. 시작과 끝이 정해지지 않은 뒤엉킨 선     롭게 뻗어나가는 선형들은 생명이 흘러가는 우리 삶의 근원과도 닿아 있다.
        들이 생명의 구조(life structure)를 이루고, 색선(色線)의 교차들이 회화 속 플
        랫폼으로 연결되어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개별과 전체의 조화를 추구한 것이         작가는 인터뷰에서 “드로잉이 일상이라면 색은 움직임이고, 자연은 숨 쉴 수
        다. 기존 작업들이 ‘에너지 덩어리=리좀적 형상’ 그 자체였다면, 최근 작업들은    있는 안식처가 된다. 작업의 근간은 인간과 자연의 대화”라고 평했다. 대구 출
        형상 내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흐름을 담아낸다.               신인 작가는 한국적 인상주의의 원형을 담은 이인성의 영향을 받았다. 꿈틀
                                                        거리는 대지의 생명성에서 색을 추출하고, 무표정한 인물의 감성에서 조화의
        에너지드로잉, 색선(色線)으로 구현한 자연추상                       세계관을 표출한 이인성의 세계관이 한 세기를 지나 홍수정의 작품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주변인들의 부재 속에서 삶과 죽음, 생명
        홍수정의 추상은 언뜻 보면 정적인 단색의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가까이 접        존중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작가는 기존에 부여잡았던 ‘욕망하는 인물형상(구
        할수록 드리핑(dripping)하거나 거침없이 쏟아 부은 자동기술법적 추상을 담    상)’에서 비가시성을 가시화하는 ‘자연을 담은 드로잉(추상)’으로 표현을 확장
        아낸다. 하지만 작가의 긋는 행위는 자연을 향한 심상(인상)이 에너지로 표       시켰다. 인물이 사라지고 자연이 획득된 느낌들은 “내 자신이 자연을 좇아갈
        출된 의미추상(valuable abstraction with meaning)이며, 들뢰즈(Deleuze)  수 없다는 깨달음, 붓질이 곧 삶의 동력이라는 내려놓음의 결과”이다. 작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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