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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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관 내부 단청
영녕전 전경 공민왕 신당
로 협소하고 누추하여 그 모습이 애처롭고 가련해 보인다. 불교국가였던 고려 은 사람들은 가칠단청을 단청을 안 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엄연히 단청의 한
를 무참히 짓밟고 유교국가를 건국한 조선의 당위성을 내세우기 위해서 벌인 종류인 것이다.
일은 아닐런지? 아니면 그럴싸한 명분을 만들어서 공민왕을 추모한다고 세운 파운데이션은 피부를 보호하고 기미나 주근깨, 얼룩진 살결 등을 커버하듯이
것 같지만, 고려 왕조를 뒤집어 엎은 조선 왕조가 종묘의 한쪽 구석 후미진 곳 가칠은 목재가 터지고 갈라져서 보기 싫은 부분을 카무플라주(camouflage)
에다 몰락하던 고려를 재건하려는 꿈을 이루지 못한 불운의 군주였던 공민왕 하는 기능을 한다. 아름다움에 대해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애써 화려하게
의 혼마저 인질로 잡아둔 것은 아닐까? 화장을 하지 않더라도 본연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듯이 화려함을 배격한 가칠
단청은 순수하고 가식 없는 아름다움을 절로 보여준다. 청렴하고 청빈한 삶을
종묘의 단청은 가칠단청이다. 다른 궁궐이나 사찰의 화려한 단청과는 전혀 지향하는 유교의 정신이 비움의 미학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다르게 단청 문양이 모두 생략되고, 오로지 석간주와 뇌록의 2색만으로 절묘 본질만 남기면서 형태와 색채의 극단적인 절제를 추구하는 현대 미술의 미
한 색상의 대비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즉 과감하게 생략하고 단순하게 구성 니멀리즘(minimalism)과 장식적인 요소는 모두 제거하고 오로지 최소한의
된 건축 구조에 어울리도록 단청 또한 극도로 절제된 가칠단청을 한 것이다. 색을 사용하여 단순함을 표현하는 가칠단청은 서로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
가칠이란 단청을 하는 절차에서 맨 처음 밑바탕을 칠하는 단계를 말한다. 여 지 않은 것 같다.
자의 화장에 비유하면 기초 화장을 하기 전에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것과 같 종묘의 가칠단청에서 예술적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단순함과 간결함을
다고 할 수 있다. 파운데이션만 바른 상태를 화장을 안 했다고 생각하듯이 많 추구한 미니멀리즘이 그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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