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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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I  108×108cm  한지, 수묵  2020




            모차르트는 음악은 음표 안에 있지 않고 음표와 음표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        이다
            안에 있다고 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서걱임으로 삶의 근원을 읽을 수 있고, 노을이 지는       그의 그림을 보면 공간이 생각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것으로 아름답게 저물어가는 생을 읽을 수 있고, 학의 날개짓을 통해 여백을       그의 그림을 감상한 연후에 한발자국만 옮기면 형태는 사라지고 깊은 명상의
            수 있고, 꽃이 피는 것으로 간절함의 거리를 읽는다.                   고요라는 이미지만 남는다.
            통찰이다.                                           그의 캔버스는 고요다.
            바람도, 햇살도, 기다림도, 의지도, 견딤도, 읽어낼 수 있다.             고요의 색, 고요의 선, 고요의 서정체험이 자리하는 명상의 공간이다.
            세계와 타인의 마음읽기고 마음 들여다보기다.                        고요의 자연을 어떻게 고요롭게 옮겨 둘 것인지를 고민한다.
            이 모든 게 알고 보면 ‘들여다보는 힘’의 결과다.
            잘 들여다보면 계곡물 흐르는 소리만한 음악이 없고, 바람소리만한 시도 없        그래서 그의 자연은 단순한 재현의 공간이 아니라, 고요와 명상이 있는 사유의
            고, 자연만한 그림이 없다. 아무리 실력으로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그려도 마      공간이면서 마음 안에서 자라난 의미체험의 풍경이다. 그것은 그냥 자연으로
            음을 열고 들으면 물 떨어지는 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만한 음악이 없고, 사     서의 순천만이아니라 공자가 말한 공공여야(空空如也)다. 그의 고요는 텅 비
            계절의 자연만한 그림이 없다.                                어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들여다보면 바람결, 저녁놀, 두루미, 갈
                                                            대, 햇살, 물안개가 한데 어우러진 교향곡이 되어 명상을 선사한다.
            좋은 그림 속에는 시가 있고, 좋은 시 속에는 그림이있다고 했다.            그의 오브제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에게 순천만은 시의 밭이다.                                개펄도 물길도 갈대도 바람도 노을도 어둠도 하나가 된 통섭이기 때문이고 그
            詩中有畵 畵中有詩다.                                     의 자연이 그의 마음 안에서 한 번 더 정화된 풍경이기 때문이다.
            바람과 비, 세월이 창조한 시가 있고 음악이 있고 그림이 있는 곳이다.         서로 끊임없이 관계하면서 마음속 풍경으로 정화된 자연이다.
            세상의 처음을 연출하는 데는 순천만만큼 멋진 공간은 없다.
            그에게서 자연은 내면화된 풍경이자, 삶을 성찰하는 존재론과 관계론의 근거        장자에 의하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 되는가 하면 인간이란 주관에서 벗어나 객관성으로 나아가는 길이 된다.        관계를 통해 서로 뭉쳐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다”고 했다.
            시적안목詩的眼目, 이것이 장안순의 화법話法이고 화법化法이고 화법(畫法)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존재의 전체가 바로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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