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8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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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는 깨진 사기그릇의 조각을 의미 하는 순 우리표현이다.              적(童心的) 묘사와 함께 단순한 여백을 두거나 단순화된 사물의 표현을 하
            깨지기 전의 사기그릇들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었다. 제 몸을 모두 갖추어 서       여 암시적인 한국적 정서를 나타내고 잠재된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민의 밥상위에서 다양한 음식을 품거나 농익은 곡주를 담아내어 고단한 길을        백종환도예가의 채료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적 채료가 아닌 우리나라 전통옹
            가는 길손의 목을 적셔 주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도공(陶工)의 정성으로 몸값     기를 만드는 흙을 도자기 가마로 초벌 소성하여 잘게 부순 가루를 접착성 물
            제대로 받는 작품이 되어 저택의 한 벽면에 고이 모셔지거나, 오래되고 이 빠      질에 섞어 캔버스에 나이프 등을 이용해 채색을 하여 서정적인 구상표현을 통
            진 후 어두운 부엌 낡은 찬장 한구석에 켜켜이 쌓여 버려질 순간만을 기다렸을      한 도자회화를 감상 하게 한다.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그 역할을 다한 사기그릇들은 제 사연을 안      박수현도예가는 도자와 민화, 단청문양의 콜라보를 통해 예로부터 우리의 생
            은 채 깨어져 버려지고 흐트러져 깊은 땅속이나 산중, 강이나 또는 심연 바닷      활 속에 가까이 있는 일상으로 어우러지는 민초들의 이야기와 삶을 표현한다.
            속에서 제 각각의 시간을 보내 새로 발굴되는 순환의 과정을 만나게 되었을 것      첨단의 IT기술을 활용하고 전통의 문양을 접목한 작업의 방향을 연구 하여 컴
            이다. 발굴되어 작품의 소재로 사용되며 창작품으로 탄생되는 순환의 과정에        퓨터 캐스팅작업과정 및 오브제와 페인팅 등 다양한 실험적 작품 활동으로 전
            서 작가 강미욱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과거의 기억에 대한 퍼즐 조각을 맞      통과 현대도예를 통해 새로운 감흥을 전해주고 있다.
            추듯이 작업에 대한 자신의 담론으로 미려한 사금파리의 세계를 감상케 한다.       서양화가 김재덕은 상감회화 장르를 개척하며 회화의 기본요소인 그리는 행
            한국화가 강미욱작가는 10여년을 사금파리와 함께 인연을 맺고 작업을 해오        위를 최소화 하고 도자기 제작과정의 하나인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을 회화표
            고 있는 작가로 처음 사금파리를 오브제로 하여 실험적 작업을 시도 할 당시       현의 영역으로 직접 적용하여 도구화 하는 추상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꿈에서 까지 사금파리들의 형상이 나타날 정도로 깊이 빠져들었다고 회상한           한국화가 강미욱작가는 10여년을 사금파리와 함께 인연을 맺고 작업을 해오
            다. 그녀의 작품을 접하며 공감(共感)되는 점이 작은 파편들이 작품의 오브제      고 있는 작가로 작은 도자 파편들이 작품의 오브제로 사용되어 작가의 의도에
            로 사용되어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재배치되거나 다른 사물과 함께 어우러져 하       따라 재배치되거나 다른 사물과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나
            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날 때 신비로움과 함께 묘한 감성을 자극케 해준다는       게 함으로 신비로움과 함께 묘한 감성을 자극케 해준다.
            점이다. 이 작업 과정은 단순한 페인팅이 아닌 설치라는 전위적 행위가 부여
            된다. 80년대 우리 화단의 아방가르드(Avant Garde) 성향(性向)작가들이 보  “창조적 작업은 놀이와 같다. 원하는 형태의 재료를 사용해 자유로운 추측을
            여 주었던 평면작업 또는 설치작업을 보는 듯 사기그릇 조각 하나하나의 다른       하는 것이다.” - 나흐마노비치-
            표정들은 고고한 깊이감을 가지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감상자들이 제 각각의
            사금파리에 얽힌 사연을 마주하고 느낄 수 있게 한다.                      많은 현대회화가 및 도예가들이 전통도예와 회화표현의 다양한 접근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게 한다. 흙을 기본재료로 하여
            “그릇을 떠받치는 바닥, 굽은 시간의 흔적과 상처를 얼굴처럼 보여 준다. 몸체     만들어진 도자기는 우리 민족과 조상의 삶의 근원으로 미술표현의 모티브나
            에서 떨어져 나온 도자기 파편들도 시간 속에 겨우 살아남은 단서 같은 기미       소재로서 충분한 흥미를 유발 해 준다. 작가 저마다의 방법과 오브제의 활용
            를 침묵 아래 거느리고 멈춰있다. 아마도 작가는 매혹적인 이 도자기 파편들       으로 쓰여지는 우리의 전통 도예는 작가가 의도하는 소재의 역할을 넘어 관념
            을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 일까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콜       적 사상의 담론으로 유추 해 내기에 충분하다. 우리 민족이 생활해 온 자연 환
            라쥬 하듯 그 파편들을 박스 형태로 만든 틀 안에 가지런히 붙이거나 철사로       경과 풍토를 근본으로 하는 우리 조상의 깊은 체취와 실용성을 겸한 미적 감
            묶어 두거나 쌓아 두었다.”                                 각을 현대 미술작가의 재해석으로 새로운 감상의 영역으로 확장해 주고 있다.
            - 박영택 (경기대교수,미술평론)-                             전통도자기에 대한 회화작가들의 창작을 통한 우리 전통 도자기의 새로운 시
                                                            각화 작업 과정은 우리민족의 문명과 정신세계에 대한 공감의 가치를 추구하
               우리의 전통 도예를 모티브로 하는 회화표현 세계를 통한 창작의 개척으로,     는 새로운 회화 표현의 소중한 모티브라 할 수 있다.
            직접적인 오브제 사용과 추상표현의 기법 및 시각적 표현방법의 적용사례를
            통해 새로운 회화 장르를 구현해 나가고 있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과정을 들여       참고문헌
            다 본 체험은 새로운 이데아(idea)를 낳고 그 관념적 감상의 세계를 안겨준다.
            이러한 관념적 시점에서 우리나라 전통의 도예를 모티브로 한 여러 작가들의        1. 金載濙(2017). 朝鮮 後期 地方白磁 硏究. 박사학위논문. 충북대학교대학원.
            도자회화 및 구상, 추상표현의 동기가 되고 주제 및 중심사상의 기준을 어떻       2.  갤러리나우(2020). 우리는 왜 달항아리에 매료 되는가. 전시도록.
            게 이야기로 풀어내 주고 있는지에 대한 담론은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의 합리        3.  백종환(2019). 제15회 흙그림展, 전시서문(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장).
            적 조화를 통한 신(新)창작활동의 방향을 제시한다 할 수 있다.             4.  박수현(2018). 도자기와 민화(民畵)는 어울림이다展, 전시서문(김재덕 컬
                                                              럼니스트).
               지금까지 우리전통도예 사상을 모티브로 하여 현대적으로 다양한 해석을        5.  김재덕(2018). 상감회화발표展, 전시서문.
            하고 있는 작가들을 정리해 보면, 최영욱서양화가는 2010년부터 최근까지 ‘      6.  강미욱(2017). 사금파리가구展, 전시서문.
            카르마’(Karma)라는 제목의 달항아리 연작 작품활동을 통해 도자기의 소성      7.  김재덕(2017, 2018, 2019). 월간전시가이드, 김재덕컬럼.
            과정 후 나타나는 빙열을 회화표현으로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삶 속        8.  현대미술 표상적 수용과 변용의 가늠(2020). NEW RUN展(이형옥, 양평군
            이야기로 귀결하고 있다.                                     립미술관 학예연수실장).
            김용진조각가의 작품은 입체적 표현법으로 점과 점의 밀도 차이를 일일이 계        9.  백종환(2015). 개인展, 전시서문(신항섭, 미술평론가).
            산하여 나타나는 명도 차이와 철심의 높낮이와 철저히 계산된 밀도의 차이로
            양감과 질감은 물론 원근의 처리를 완벽히 이루는 조각회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 원고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시각예술 비평가-매체 매칭 지원사업”에
            고현희수채화가는 정통 수채화 기법을 탈피하여 달항아리 시리즈 연작을 통         선정되어 게재되었습니다.
            해 두툼한 돌가루와 아크릴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여러번 덧칠을 하고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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