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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현 컬럼
시오타 치하루, 불확실한 여정,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 ⓒADAGP
에스프리 누보
술대학≫, ≪베를린 예술대학≫등에서 수학했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면서
새로운 정신 국제적으로 활발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제의식이 강한 그녀의 퍼포
먼스는 그녀가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가 유학을 할 때 퍼포먼스 아트 전문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게 수학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000년의
설치 작품 『Memory of Skin』 에서는 진흙이 가득 묻은 드레스들을 대형으로
글 : 김구현(AIAM 미술 경영연구소 대표)
제작해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을 표현해냈다. 우리는 가끔 무언가에 특정 감정
을 지닐 때가 있다. 두려움, 행복감, 설렘, 공포, 불쾌함 등등. 그런데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무의식으로 기억이 넘어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
2001년 어느 봄날, 아이슬랜드의 황량한 초원 위에 한 동양 여인이 나체 상태 나 시오타는 기억이 무의식의 세계로 옮겨가는 것에 그대로 순응하지 않는다.
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 자신을 붉은 실로 휘감고 웅크리고 앉는다. 그녀의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을 끄집어내 복기한다. 시오타의 작품에서 개인의 직접
이름은 시오타 치하루. 그녀가 펼친『Untitled(무제)』 라는 이 퍼포먼스 작품을 적인 경험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4년 폴란드에서 『Dialogue from
시작으로 영혼에 대한 의문, 헤아릴 수 없는 불안과 공포, 설명하기 어려운 자 DNA』 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에서 그녀는 사람들로부터 신던 신발
신의 존재들을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불확실성에 맞서고 있는 내면의 상태를 과 그 신발을 신었던 사람들이 남기고 싶은 기억 한 가지를 신발에 붙여서 기
표현하며 ‘존재’의 의미를 모색하고 일상의 소소한 소품인 실, 드레스, 의자, 침 부 받는다. 그녀는 수천 켤레의 신발을 받았고, 대부분의 신발 주인은 사랑하
대, 신발과 가방 등 인간이 사용했던 사물을 이용하여 공간을 거대한 집적의 는 사람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이들 이었다. 그녀는 그 신발들을 삶의 문턱
산물로 변화시켜 사물에 깃든 인간의 기억들과 관계를 탐구해왔다. 을 지나는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로 전부 팽팽한 빨간 실로 엮었고, 이 프로젝
트는 독일, 일본에서 재현되었으며, 2008년『Over the Continents』라는 타이
시오타 치하루는 1972년 일본 오사카 출생으로 ≪쿄토 세이카대학≫을 졸업 틀로 일본 오사카 국립미술관에 설치되기도 하였다. 그녀가 예술 세계에 뛰
한다. 1996년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 ≪브라운슈바익 예 어들게 된 계기도 그녀의 예술관만큼 독특하다. 그녀가 아홉 살 때, 그녀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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