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2019년04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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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_금강산 칠선녀 105×95cm 캔버스에 유채 1977                    박진수_무용수 52×65cm 장지에 채색 2009






            들고 씁쓸한 마음으로 나와 버렸다. 그 후 늘 그 작품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이
            남아 있었는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월북한 작가들을 포함해서 모두
            해금(解禁)되었다 하여 반가웠다. 그 뒤로 고암 작품을 연속 5~6점을 내 손에
            넣을 때는 그 때의 가격보다 몇 배의 작품가를 지불해야만 했다.

            이제 그 분들의 작품을 눈이 시리도록 함께 보고 싶다. 지금 우리는 분단의 시
            대에 살고 있다. 이 분단은 국토와 민족의 분단일 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분단이 더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이 분단은 영원한 분단일 수 없고, 언젠가
            는 하나로 융합되어야 할 분단이라고 믿는다. 특정 사상을 주입하듯 한 작품
            을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 향유하여야 할 소중한 작품들이다.

            동시대를 호흡했던 작가들의 체취가 묻어나는 미술품들이 남과 북으로 나
            뉘었을 뿐 우리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겨온 작품들이다. 예를들면 1916년 동
            우 김관호가 그의 고향 근처 능라도의 대동강가에서 목욕하는 두 여인을 그
            린 <해질녘(夕暮)>이라는 작품이, 문부성 미술전람회 특선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지만, 정작 우리나라 신문은 “벌거벗은 그림인고로 사진을 게재치 못함”
            이라는 문구와 함께 다른 도판으로 처리되어 버리는, 작가의 <누드>를 비롯
            하여, 1938년 오지호와 함께 <오지호 · 김주경 이인화집>이라는 최초의 원색                            전순용_봄 78×62cm 캔버스에 유채 1976
            호화판 화집을 출간한 김주경의 작품들을 비롯하여 리쾌대, 정종여, 김만형,
            리석호, 길진섭, 문학수, 최재덕, 김기만, 정창모, 정영만, 선우영, 변월룡, 림군
            홍 등의 100여 점의 작품을 엄선하여 선보이고자 한다. 특히 대동강변의 부      시절이었다. 모름지기 미술은 문자와 기록으로는 담아 낼 수 없는 시각적 자
            벽루(浮碧樓)의 현판을 쓴 옥람 한일동의 현판을 탁본한 힘찬 서예작품도 볼       료이기에, 지난 분단의 시대를 여실히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문화예술마저도
            만한 작품이다.                                        동토가 되고 사상의 편 가르기로 금기시 되어 왔지만, 통일의 융합을 위한 역
                                                            사의 물줄기에 물꼬를 터주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봄, 북한미술
            이런 고귀한 작품들을 색깔로, 이념 사상의 잣대로만 터부시 해오던 안타까운       을 다시 봄> 전시를 기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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