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1년 0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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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Brush를 활용한 3D Modeling 손조형 및 도색 과정
<작품 제작 과정들>
활기를 불어넣어주기에 MZ 세대를 타겟으로 잡은 아트페어라는 것에 일견 수긍되기도 하지만, MZ와 그 외
세대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논리가 예술적 취향에서 연령이 중요 잣대라고 말하는 듯하여 그동안 순수미술과
대중미술, 고급미술과 저급미술, 예술과 비예술의 구분에서 연령이 어떤 식으로 작용했는지 뒤돌아보게 만든
다. 그럼에도 엇비슷한 아트페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확실한 목표 의식과 독자적인 특징을 무기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아트페어로 남을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조용하지 않은 어반 브레이크만의 시끌
벅적함과 초대형 미디어월의 화려함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로 인하여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관객 동원에도 성공한 듯이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5인이상집합금지’팀 중 lolonine 김항규 작가(@lolonine_kim)의 ‘Hercules’가 눈길을 끌
었는데, 전시장 내에서도 단연 인기가 높았다. 아마도 만화같이 큰 머리에 귀엽게 의인화된 형태 때문에 관객
들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것이겠지만, 작가의 다른 3D 작품과 회화 등을 통해 끊임없이 다양한 버전
으로 변형 가능한 잠재성을 관객들도 알아보았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작가는 어렸을 적 장수풍뎅이를 잡고 싶어 온 산을 뒤졌던 동심으로 돌아가 이를 모티브로 하는 아트토이
와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작업 공정은 아이디어 스케치 → 3D 모델링 조형 작
업(ZBrush, Keyshot) 및 출력 → 후가공 작업 → 실리콘 몰드로 가공된 원형의 조형물을 레진(경질 우레탄)
복제 → airbrush로 도색 작업의 순서를 거쳐 완성하게 된다. 처음에는 유토와 스컬피(sculpey)를 이용한 손
조형 작업을 하다가 산업디자인과 재학 시절 3D 프린터가 제공되면서 이를 아트토이와 접목시키면 작업이
훨씬 수월하겠다 싶어 2015년부터 3D 프린터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2017년부터 2020년까지는 2D 그래픽
디자이너로도 일했다고 한다.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는 경외로울만큼 웅장한 그리스 조각상같은 미술품에
서 혹은 영화를 통해서 얻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월트디즈니 코리아 주최의 ‘STAR WARS: Gallery’(Artist
Collaboration)에서 자신의 장수풍뎅이 작업과 스타워즈 다스베이더(Darth Vader) 형태간 유사성이 있어
이를 활용한 아트토이를 제작하여 전시한 바 있다고 하였다. 작가는 아직 뚜렷한 계획은 없지만, 미공개 완
성품도 많아서 이러한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아니면 브랜딩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지 등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현재 미술대학뿐만 아니라 내가 재직하고 있는 교육대학에도 3D 프린터는 흔해서 다양한 작업들이 가능하며
또한 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도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좋은 사진기가 내장된 휴대폰으로 모두가 훌륭한 사진
을 찍기 때문에 전문사진가가 설 땅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듯, 3D 프린터가 흔해졌다고 해서 모두가 이를 활용
하여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또한 미술 영역 자체가 확장일로에 있는 만큼 산업제품을 제작하
는 디자이너와 미술가의 구분도 없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이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가
가 중요 관건이다. 작가들의 경우 전시하지 않은 미공개 작품들이 있지만 전시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주제 중
심으로 전시 작품을 모으는 만큼, 김항규 작가의 경우에도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면 다양한 작업물은 온라인
에서 공개하고 자신의 전시는 보다 브랜딩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어반 브레이크에
서는 좁은 전시 공간 속에서 5명의 작가와 함께 다양성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Hercules
가 다양한 환경 속에서 체험하고 성장해나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그 경험과 느낌을 자세와 표정으로 풍부하게
보여주기를 희망하는데, 지금까지는 다양한 형태의 조합 속에서 Hercules만의 특징을 찾아나갔다면 이제는
Hercules만의 스토리텔링을 차곡차곡 만들어나가기를 권한다.
작가의 SNS를 보면 정말 좋아서 작업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좋아서 작업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내년 어
반 브레이크에서 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Hercules를 기대한다.
Perseus_resin_15×30×47㎝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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