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1년 0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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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야기. 목판. 27x79cm

















            문하며 더 큰 이익을 얻어 내려고 쥐어짰을까? 이백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권       적과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아까운 생명력이 헛되이 소모되기 전에 바른 선택을                                                     윤익(정순아개인전서문 중 /조형예술학 박사)
            하라고, 인간세계의 이익과 능률의 법칙에 얽매여 짓눌려 사는 우리들에게 외
            치고 있는 것이다. 진정 행복한 삶은 헛된 욕망에서 벗어나는 삶이라는 것을...”                                                                                                       정순아작가는 청련거사(靑蓮居士)가 각지의 산천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스촨
                                                                                         (정순아. 2021 작가노트중)  성의 민산(岷山)에 숨어 선인의 술법을 닦으며 그의 방랑이 정신의 자유를 찾
                                                            는 진정한 대붕비상(大鵬飛翔)에 있음에 대해 지금의 우리가 얼마나 공감 할
            정순아작가 근작에서의 모티브는 옥상가옥(屋上架屋) 연작(聯作)에서 나타나        수 있는지를 담론화 한다. 들판이 처음부터 품고 있었던 모든 것들과 연결되
            듯 인간이 저마다의 삶을 짓는 행복의 벽(廦)을 이야기 한다. 모진 여름을 이      는 느낌에 대해 이성적(理性的) 설명이란 무의미 한 것일 수 있다. 켜켜이 쌓
            겨내고 풍성한 가을의 들판에서 풍요로운 수확의 여유를 채 가져보지도 못한        인 언덕을 구비 지며 황토 흙 머금은 들판은 아버지의 몸이고 들판의 소리는
            채 인간은 저마다의 또 다른 욕망을 쫓아 제각각의 삶을 짓기 시작하는데 과연      침묵의 공간을 홀로 살아온 소리 없는 아버지의 음성으로 우리의 심연(深淵)
            그곳에 진정한 행복이 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져본다. 들판작업 연작을 통해       에 거(居) 하고 있을 것 이다. 삶을 짓는 행복의 벽(廦)이 과연 행복의 순수함
            인간의 욕망에 피폐해지지 않는 성숙한 삶을 자연을 통해 감성적으로 담론 하       을 잃지 않은 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 사고의 확
            였고 옥상가옥 연작을 통해 현대사회에 구조적 조형물을 통한 행복의 가치에        장을 이루길 원한다. 최근 미술시장이 자본에 의해 좌우되면서 목판화가 미술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조명해 보고 있다. 작가는 그를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계에서 다소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판화가 정순아가 병상
            행복의 이상향을 제시하고 감상자들로 하여금 그 가치를 함께 수행 하고자 한       의 시험을 이겨내고 새로운 삶의 도약과 함께 목판의 숨결을 따라 패 내는 터
            다. 그리고 궁극의 목표인 자연의 가치가 인간의 삶속에 가장 크게 자리하고       치 한편 한편이 색상의 레이어(layer)를 쌓으며 ‘자신의 삶과 함께하는 마음의
            있음을 알고 무지(無知)를 일깨우는 관념의 통찰에 참여하게 한다. 정형(正刑)     대화’를 시도 하는 의미를 부여함에 작업의 진솔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작가
            의 건축물과 함께 비정형(非正形)의 도형들이 한 화면에 이반(離反)되는 형태      정순아의 치유(治癒)와 함께 건강한 창작 활동을 기원한다.
            로 배치되어 작가가 의도하는 가시적인 사물의 세계가 아닌 사물의 본성과 원
            형에 대한 인식을 할 수 있는 이데아(idea)를 들여다 볼 수 있기를 의도한다.
                                                            참고자료
            눈앞에 펼쳐지는 위대한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감정을 안겨준다. 도심에서 마
            주하는 건물과 아스팔트를 벗어나면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다가오는         2019.08.30. 김수민역(John Lewis-Stempel). 들판은 매일 색을 바꾼다.
            자연의 풍경을 대할 수 있다. 노랗게 결실을 향해 물들어가는 가을벌판은 우       현암사.
            리의 존재론적 질문에 답을 한다. 우리는 무엇을 목적하며 살아야 하는가? 작      2020.08.    윤익. 정순아개인전서문. 아트광주21총감독, 조형예술학 박사.
            가는 눈에 보이는 세상이 언제부터인가 따뜻하며 풍요로운 모든 것을 나눠주        2021.08.23. 이백.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
            는 생명의 근원으로 공감되었다고 독백한다. 이러한 이유로 그녀는 아름다운        134652&cid=40942&categoryId=39994
            가을의 황금빛 벌판을 판위에 세겨내며 세속을 잊는 자신과의 맑은 대화를 경       2019.07.07. 울산제일일보(http://www.ujeil.com)
            험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 나름의 정체성과 더불어 본질적인 고유한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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