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1년 09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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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내가 아는 어머니- 1962년, 캔버스에 유채, 130x195cm ⓒADAGP



            리즈에서 절정에 달한다. 1969년 방문했던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      번 전시에서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34명의 주요 작품 58점을 먼저 선보이
            딩을 보고 받은 느낌을 끊김이 없는 원의 이미지 사용으로 발전시켰던 『겹침       는 중이다. 전시는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을 주축으로 크게
            과 도시』에 이어, 그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자연주의적 표현방법으로 지중       세 개의 주제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수용과 변화’다. 일제 강점기 국내 미술
            해의 풍경에 자신의 심정을 담은 색과 아름다움으로 표현한 『자연』으로 전개       계는 새로운 문물의 유입과 함께 변화를 맞이했다. 서구 매체인 유화가 등장
            되며, 더 나아가『대척지로 가는 길』과 『우주』로 발전되어 왔다. 이성자의 말년    했고 인물화·정물화·풍경화 등 생경한 용어도 사용되기 시작 두 번째는 ‘개성
            작품들은 우주 전체를 관망하고 있다. 우주를 떠도는 유영(遊泳)과도 같은 예      의 발현’이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격동의
            술가의 삶을 사는 작가 이성자는 수천 개의 색색의 물방울들이 하늘로 떠오르       시기에도 작가들은 그림을 그렸고, 전시를 열었으며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며
            며 인간과 자연에게 사랑과 믿음의 메시지를 보내는 형태를 빌어 자신의 그림       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마지막은 ‘정착과 모색’이다. 전후 복구 시기에 작가들
            안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상징요소로서 위치한다. 『은하수에 있는 나의 오두막       은 국내외에서 차츰 정착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모색한다. 1951년
            Mon Auberge de Galaxie』이라는 작품의 제목처럼 행성들은 관람자의 방문  파리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성자 화백은 우리 미술사에서 반드시 조
            을 기꺼이 환영하는 친밀한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제 모든 대립되는 요소       명 받아야 하는 중요한 작가로 인용된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거장들에 비해
            들의 화해를 말하고 있다. 그것은 이성자가 예술을 통해 습득한 지혜이자, 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고 이성자 화백의 작품은 이건희 회장의 기증 작에 포
            울과 파리 그리고 생애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며 이승을 하직했던 프랑스 남동       함되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그 베일이 벗겨진『천 년의 고가』는 이성자 화백의
            부 마을 뚜레트-쉬르-루에 이르기까지 지역에 따라 변화와 진화를 거듭했던        <여성과 대지>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1961년 파리에서 제작됐다. 네 번의 출
            삶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성자의 활동 시기는 한국이 낳은 걸출한 여성 미       산 경험에 대한 자긍심과 여성성에 대한 시작을 대지로 보고 화폭에 담았다고
            술가들 중에서 나혜석과 최욱경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변별       한다. 바로 이 시기에, 고인은 “한 번 붓을 들면 아이들이 밥 한 숟가락을 더 먹
            력을 부여하자면, 그녀는 동양과 서양의 넘나들 수 없을 것만 같은 간극을 넘      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고국에 두고 온 세 아들을 생각하며 작업한 시기의 작
            는 것에 자신의 평생을 바쳤다. 그는 실존의 부조리를 부여잡고 통곡하는 동       품이다. 이 에피소드에 대해, 박미화 학예연구사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한
            시대 미학의 자폐적 우울증에서 벗어나 환희에 찬 노래와 춤의 미학을 추구했       땀 한 땀 붓을 터치해 완성한 걸작”이라며 “이성자의 가장 기본적인 기하 형태
            고, 스스로 삶과 예술이 일치하는 조화로운 세계를 완성하였다.              를 구성하고 땅으로 파고 곡식을 심듯 붓 터치를 해나간 시기의 작품이다. 국
                                                            립현대미술관은 바로 그 당시의 대표작을 비로소 소장하게 돼 의의가 매우 깊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세기의 기증’으로 화제를 모은『MMCA 이건      다”고 강조했다. 아무쪼록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이리
            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이라는 타이틀로 지난 7월 21일부터 내년 3      저리 방황하는 일부 미술인들에게도 한 땀 한 땀의 열정이 담긴 붓끝에 ‘새로
            월 13일까지 ‘서울관’에서 열화와 같은 유명세를 타면서 국민들의 주목을 받      운 정신’이 깃들기를 염원한다.
            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총 1,488점으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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