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1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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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안트워프에 위치한 쿤 반 덴 브룩의 작업실 전경






            장소를 담은 이미지들은 매우 현대전이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린다. 부        어지고 있다. 그 진앙지는 바로 전남 진도 첨찰산의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
            분적으로는 구상이지만 색상과 형태가 변형된 기하학적인 이미지는 다분히          운림산방≫이다. 조선 남종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련(1808~1893)이 1856년 9
            추상적이다. 그가 쿠바를 여행하다가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했다는 『아        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타계하자 고향에 내려와 초가를 짓고 수묵화를 그렸
            바나』, 『펜스-디아 비콘』처럼 개인의 경험이 반영된 신작, 거대한 교각이 교차    던 곳이다. 대를 이어 소치의 손자 남농 허건(1907~1987)이 수묵화 전통을 지
            하는 풍경을 선보인 바 있다. 추상작품으로 선보인 작품 『Wave 시리즈』는 파    킨 이곳에서【제2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지난 9월 1일 개
            랑과 오렌지, 검정이 물결치듯 적당하게 어울려 있어 마치 이탈리아 베니스의       막해 10월 31일까지 『오채찬란 모노크롬-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이라
            화가 카날레토가 그린 베니스 운하의 부드러운 해수면을 크게 확대한 듯한 느       는 주제로 운림산방 일원 ≪소치기념관≫과 ≪남도전통미술관≫, ≪목포문
            낌이다. 작가는 유동적인 대상의 시간적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비움이라는 방       화예술회관≫, ≪유달초등학교≫,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 등 다양한 장
            식을 선택했다. 비워진 공간, 두텁게 칠해진 표면은 물결과 시간의 진행 방향      소에서 15개국 작가 200여 명 작품을 펼치는 중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단연
            을 암시하는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또 다른 추상작품 『Cut Away』는   압권은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법정 스님의 수묵화 『차시(홀로 마신 즉)』,
            존 체임벌린(1927~2011)의 조각 작품에서 모티브를 취한 것이다. 체임벌린은   골판지에 먹으로 그린 김병종의 『상선약수』, ‘숯의 작가’로 유명한 이 배의 회
            폐차의 몸체 도색 후 이리저리 두드리고 서로 결합해 원색의 도료와 거칠게 재      화 『붓질』, 이재삼의 대형 목탄화 『달빛』 등 대작과 함께 아름다운 도원경을 재
            가공된 금속으로 반현대적인 에너지의 분출을 보여줬다. 이와 반해, 쿤 반 덴      해석한 박상화 설치 작품 『목포판타지아-사유의 가상정원』과 겸재 정선 그림
            브룩의 작품은 밝은 바탕에 마치 오렌지색 물감을 쏟아 놓은 듯 방향성을 지       을 담은 이이남 미디어 아트 『박연폭포』는 현대 기술로 수묵의 매력을 전한다.
            닌 원색의 선들이 굴곡을 만들어내며 캔버스를 채우고 있다. 특히 2015년 서     바로 여기에 쿤 반 덴 브룩의 『추상화』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그 의의를 세
            울 압구정동으로 공간을 이전한 ≪갤러리 바톤≫의 개인전 전시공간에서 만         부적으로 분석해 보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문화 체험’면에서 절대적으로 열세
            난 작가는 “‘길’은 내 작품의 모티브로 중요하다. 유럽, 미국 작가들로부터 영    에 놓여있는 남도지방 관중들에게 모처럼 우리 고유의 『수묵화』와 유럽의 신
            향을 받으면서 작업을 했으니 모든 게 다 길처럼 연결돼 있다”며 “이번에 소개     세대를 대변하는『융합 추상화』사이 에서 그 ‘유사성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
            된 대작 『바이어덕트 II』는 개별 작품인 동시에 서로 다른 작품들을 이어주는     는 기회가 제공되었다는 점이 자못 흥미롭다. 아무쪼록【제2회 전남국제수묵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역설했다. 그에게 화가가 된 이유를 묻자 “예술에 대한     비엔날레】를 계기로, ‘국제 교류의 장’이 더욱 확대됨으로써 모름지기 제대로
            꿈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수많은 작가들 사이에서      된 <미래지향적 기성 세대>라면 ‘타 문화의 가치관’을 보다 폭넓게 수용하는
            톱이 되기 위해 경쟁도 해야 하고, 예술이란 책임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에 끝      계기가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동시에 ≪글로벌 미술생태계≫의 미래를
            없이 공부해야 하고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짊어지고 나갈 우리의 <청년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정신’에 입각해 끊임없
                                                            이 도전하고 또 도전해 보기를 진정으로 염원한다.
            최근 들어와 또 한번 쿤 반 덴 브룩의 <국내 지방화단>의 ‘지축 흔들기’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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