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전시가이드 2021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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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집, 나무판 위에 복합재료, 2021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는 극단의 간
결한 구성에서 전달되는 절대로 부드러울 수 없음에 대한 암묵적인 선포는 ‘부
드러운’에서 ‘Restful’로의 변환이 중의적이고 이중적일 수 있음을 내포한다.
그 의미가 무엇이건 2D 위에 놓인 3D의 오브제는 서로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일정한 거리를 사이에 두고 조형미를 형성한다. 따라서 이 작업들은
함께 놓여 있어도 좋지만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따로 떨어뜨려 놓는 것이
낫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의 핵심으로 ‘심담(深談)’을 논하였는데, 작
가 내부를 향한 심담이 단지 개인적 서사로서의 스토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치유의 힘을 언급했던 지난 번의 인터뷰에서처럼 그 결과는 밖으로 향하기를
원한다. 결국 화면 위에서 우연히 만나는 선과 오브제의 조우는 작가가 지향
하는 ‘부드러운 집’을 완성하기 위하여 선택되는 가장 기본이 되는 모티브이
자 삶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이며 동시에 치유를 향한 작가의 열망을 간접적으
로 보여주는 매개체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감상자는 부드러운 집이 진정한 안
식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이 작업의 해피엔딩을 상상한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의 ‘부드러운 집’은 일상에 대한 은유적 표현으
로, 자전적인 서사의 내용으로 표출된다. 작은 패널 표면에 부조화되거나 그
부드러운 집, 나무판 위에 복합재료, 2021 려진 도상들은 하나하나가 집이며, 방이며, 나의 몸이 된다. 집의 형태에서 출
발해 그 안에 서식하거나 기생, 분열, 증식을 거듭하는, 반복적이지만 하루하
루 조금씩 다른 생의 습관을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일상에 대한 풍경으로, 인
간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보여준다. (중략) 개별성을 유지하면서,
그 개별성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는,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 사는 모습
어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시를 본 이후에도 작품이 주는 미감(美感)이 여 과 집, 인간, 그 속에 쌓여가는 시간들을 희망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운으로 남아 작가의 전시를 다시 찾는 이유가 되었다. ‘집’의 형태는 나의 작품과 내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작품
안에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평온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한다.”
올해 ‘부드러운 방: 시간·거울·심담(深談)’(2021.8.11.-8.31./ARTBIT Gallery)
전시에서 작가를 다시 만났다. 작가는 ‘부드러운 방’, ‘부드러운 집’을 ‘Restful 작가는 COVID-19로 어수선한 2020년에 제15회 개인전이자 초대전을 미국
Home’으로 표기했는데, 시각과 촉각으로 확인되는 ‘재질’로서의 ‘부드러운’ 뉴욕의 The BOCCARA ART Brooklyn Gallery에서 가진 바 있으며, 현재는
질감의 개념이 아닌, 사람들과 편안함과 안식을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가나 아뜨리에 입주작가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 또 전시가 있다하니 점
의미를 전환함으로써 작가에게 있어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 점 더 바빠지는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대한다.
고 시간과 추억을 저장하는 ‘집’으로서 공간의 의미가 작업을 하도록 이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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