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전시가이드 2021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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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불회사 대웅전 전경
나주에서 단청을 불회사로 가는 길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측백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어서인
지 한여름인데도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 든다. 절 앞 300m 전에 도달하니 돌
생각하다...불회사 장승(국가민속문화재 제11호) 한 쌍이 양옆으로 마주 서 있다. 보통 남자 장승
을 할아버지, 여자 장승을 할머니로 부르지만 여기 장승처럼 그 호칭이 잘 어
울리는 경우도 매우 드물 것이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할아버지 장승의 모습은 퉁명스러운 인상을 하고 있다. 전라도 장승 특유의 툭
튀어나온 퉁방울눈을 하고 이마의 주름살을 찌푸려 심각한 표정이다. 두리뭉
실한 주먹코의 콧등에는 가로 주름이 몇 줄 깊게 나 있다. 일자로 꽉 다문 양쪽
불회사(佛會寺)는 전라남도 나주시 다도면(茶道面) 마산리 덕룡산 중턱에 자 입귀에 송곳니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고 수염은 머리채처럼 쫑쫑 땋아 늘어
리잡고 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인 백양사의 말사이다. 366년 져 있다. 배에는 하원당장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남장승
(백제 근초고왕 21년)에 인도 스님 마라난타(摩羅難陀)가 창건하고 656년(백 이 상원주장군, 여장승이 하원당장군이라 불리는 것과 반대이다. 그래서인지
제 의자왕 16년)에 중창되었다고 하며, 그 뒤 고려 말기인 1264년(고려 원종 5 하원당장군의 하(下)자를 상(上)으로 고치려고 했던 흔적이 있는데 一자를 추
년)에 원진국사가 중창하였다고 전해진다. 가로 새겨 넣어 언뜻 보면 왕(王) 자 같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전해오는 중창 설화에 의하면 원진국사는 한때 자신에게 은혜 할머니 장승은 몸에 주장군이라고 새겨져 있으며 역시 퉁방울눈과 두리뭉실
를 입은 적이 있는 호랑이의 도움으로 경상도 안동 땅에서 시주를 얻어 대웅 한 주먹코를 하고 있다. 콧등에는 깊은 주름이 패었으며 광대뼈가 조금 드러
전을 중창하게 되었다고 한다. 공사가 계획한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어 좋은 나 있다. 윗입술에는 가는 선으로 잔주름이 파여 있고 벌린 입은 웃음을 머금
날을 택하여 상량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일이 늦어져 하루해가 저물어 가고 고 있어 인정이 넘치는 표정이다.
있었다. 이 날 반드시 상량식을 하고자 했던 원진은 서둘러 산꼭대기에 올라 장승은 예로부터 민간 토속신앙의 한 형태로 동네나 사찰 입구에 세워져 잡귀
기도를 하였고, 이 기도로 지는 해를 붙잡아 상량식을 마쳤다고 한다. 이때 원 의 접근을 막는 수호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곳의 장승은 불법을 수호하고
진이 기도하던 자리가 바로 일봉암이라고 한다. 잡귀를 쫓는 본연의 임무보다 절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서 오라며 반기는 길잡
그 뒤 조선 후기에 들어서 세 차례나 불이 나 계속해서 복구가 이어졌으며 이 역할을 우선하고 있는 건 아닌지?
1808년(순조8년)에 중건하면서 절 이름도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신증동국여
지승람》에는 불호사(佛護寺)로 기록되어 있어 창건 당시에는 불호사로 불리 어느 절을 가더라도 대웅전으로 제일 먼저 눈이 간다. 보물 제1310호인 불회
다가 '부처가 모인다'는 뜻의 불회사로 이때 바뀐 것으로 보인다. 사 대웅전은 1799년(정조 23년)에 건립되어 조선 후기 사찰 건물의 화려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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