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전시가이드 2021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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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mtied jumoni, 72×93cm, acrylic on canvas, 2021
른 작품과 다른 구조적 형태를 가지지만 오히려 덜 구성적이며 동양적이고 자 의 그림 속에 이러한 깊이가 가능하기에 그 울림의 깊이도 깊은 것이리라 하
연스럽다. 특히 작가가 보는 공간에 대한 해석이나 시각도 이채롭다. 마음속 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거쳐야 하는 완벽한 밑칠과 기초작업, 그 위에 다
심상에서 지시하는 무한한 감정선을 따라 붓을 들어 공간을 분할하거나 점령 시 사포질, 거듭된 색채의 배합과 구성, 그 조화로움에 도달하여 마침내 하나
하는 부드러운 선 긋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비어있는 공간을 향한 작가의 예 의 정인숙 작품이 창조된다.
민한 감성과 울림이 궁극적으로 색채 덩어리로 화면을 뒤덮으며 우리를 강렬
하게 유혹하는 스타일이 그것이다. 온전하게 자신의 내면에서, 마음속에서 시 2017년 이후 작가가 <Over there 시리즈 >에서 겹치고 지워지는 순간에서 희
키는 데로 작가는 붓을 가로로 또는 세로로 베를 짜듯이 직조하는 의식과 행 망을 묻어 두었다면, 이번 <Over there –Jumoni 시리즈 >에서는 비움과 내려
위가 곧 그의 예술작업에 바탕인 것이다. 놓음에 대한 성찰의 사색적인 메시지가 훨씬 돋보인다. 이번 영국에서 열리는
작품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나 대표작가 선정의 평가는 작가가 그동안 화폭에
그의 화면을 이끄는 그 내면의 울림은 귀에 들리는 소리이며, 때로는 사유가 시간을 축적해가며 그어놓은 붓질에 대한 품격과 격조에 관한 작은 보상이다.
명령하는 공간에 대한 거친 침략처럼 보인다. 화면에서 해독되는 색면 들의 겹 ‘직선과 곡선’의 화합으로 연결된 고귀한 형태를 위한 끝없는 시도의 결정체,
침과 교감, 그 하모니는 물감의 농도를 지배하고 그리는 붓질의 속도는 무한 그 오랜 수고와 시간에 대한 자신을 향한 바로 그 선물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한 감정선에 결박된 무의식 상태를 그래서 더욱 의심케 한다. 어쩌면 정인숙 근작에서 보이는 탁월한 감각과 쓸어 내린듯한 터치와 선명한 컬러 필드는 분
은 명백하게 마크 로스코처럼 색상의 관계와 형태 그 이외의 부분은 전혀 관 명 정인숙 추상회화의 눈부심이 살아있어 앞날을 기대하게 된다.
심이 없음을 화폭으로 증명 해내고 있다. 오로지 인간의 감정, 예를 들면 여백
이나 비움, 슬픔, 고뇌, 비극, 황홀, 그리고 자연스러움에만 관심이 있는 동양적 프랑스 낭트 재즈 축제에 맞춰 제작한 ‘OVER THERE 아리랑’ 시리즈 이후 작
화가로서 예술의욕을 노출 시킨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요소들 가는 더욱 자연스러운 붓질로 은밀한 내면의 감정을 우아하게 풀어내고 있음
이 색채와 형태가 끼리끼리 어울려 침묵과 조화 속에서 울림이라는 주머니를 도 우리는 주목 할 필요가 있다.
작품 곳곳에서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색채들의 어울림이 그러하며 형태들의 교차와 비껴감이 그렇다. 모두 그렇게 빈틈없이 교차한 작가의 감성과 철학이 ‘직선과 곡선’ 위를 달리면서 수없이
비워내고 형성된 여백들이 팽팽함과 김장감을 뱉어내거나 토해 놓아 우리들 깊이를 지닌 색채의 축제는 우리들에게 추상회화의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경
시선을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론된다. 험하지 못한 시각적인 즐거움, 멋진 끌림의 공간, 사색의 들판을 이렇게 추상
적으로 펼쳐낸 작가 정인숙, 그녀는 이러한 색채와 형태의 조화 만이 최고의
침묵과 조화가 뛰어난 비워진 여백은 어쩌면 정인숙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가치이며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마크 로스코 뒤에서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유일한 즐거움의 공간이자 끌림의 여유가 틀림없음은 확실하다. 아마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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