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2019년09월전시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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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희  91 ×116.7cm  oil on canvas  2019









            의 작품이 변화를 일으키는 순간에는 작가 내부의 감성과 외부적 상황의 변        학적 논리나 미학적 직관보다는 여성 특유의 관찰력과 친화력을 통해 전달할
            화가 작용한다. 예를 들어 피카소는 배우자가 바뀔 때마다 작품의 스타일이        수 있는 감성을 내포하고 있다. 도시의 일상을 연출하는 군중들의 다양한 표
            변화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말년에는 종종 초기의 작품 스타일이 보다 성숙         정을, 그들의 의상과 소지품을 통해 표현한 이러한 작품에서 박주경은 단색
            한 표현으로 되살아나거나 몇 가지 스타일이 융합적으로 승화되기도 하였다.        조의 배경 위로 인물의 전신 윤곽을 드로잉하고 일부 인물에 다채로운 패턴
            박주경의 경우에는 후자의 경우처럼 여러 가지 작품 스타일을 실험하고 완성        의 패브릭을 오려 붙임으로써 화면에 생동감과 도시적인 화려함을 부여한다.
            하면서 하나의 형식이 만족스런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서면 작가가 다         이러한 작품에서 작가가 패브릭을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는 콜라주 기법은 원
            시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누구에게나 그       래 종합적 입체파 시기의 피카소와 브라크가 이전에 공간을 분할해나가면서
            렇듯이 박주경 역시 초기에는 재현적인 작품을 통해 정물과 풍경 그리고 인        파편화되어버리는 형태의 회복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화면에 다양한 활력을
            물에 대한 표현을 중심으로 작가로서의 역량을 축적해 나아갔다. 이러한 조        부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오브제들을 도입한 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박주
            형적 연구를 해온 박주경은 최근 들어 크게 두 가지 스타일의 작품에 몰두하       경 역시 이러한 콜라주 형식의 표현을 통해 화면 속에 도시적 생동감과 화려
            고 있는 것 같다.                                      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공간에 부유하듯 움직이는
                                                            인물들은 표정이 생략된 익명의 도시인들로서 이 공간에 유입되어 자유로운
            우선 첫째로 박주경이 관심을 갖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의 감성적 촉        오늘을 즐기는 모습(carpe diem)으로 표현되어 있다.
            수에 포착되는 주변 인물들에 대한 공감의 시선이다. <citizen>이라는 제목
            의 작품에서 보는 것처럼 여성으로서 당연하게 발현되는 미적 감각과 장식 본       박주경이 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작품 스타일은 정지된 화면에 착시적 효과
            능이 화면 속의 다양한 인물들의 동작과 표정으로 형상화되는 작품은, 형이상       에 의해 움직임을 불어넣는 형식의 작품이다. 오래 전부터 붓이 아닌 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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