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P. 31

이미경 작가 작업실



            작가는 학부생활에서부터 지금까지 작업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자신에 대한         서양화가 이미경은 나의시간을 가지기위해 조급함을 잊고 기다리는 시간 속
            작업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쉼 없이 화두로 삼아 왔다. 성악을 전공 중이던      에 새로이 경험하는 일련의 작업에 대한 새로운 담론(談論)의 형성 과정으로
            현 남편을 따라 이태리로 유학길을 떠나면서 회화를 전공하는 작가로서 이태        잘 그리려는 나 자신의 행위 보다 감상자들이 공감하는 잘 그린 그림이 되어
            리에서의 경험은 일반적 회화전공자들이 선호했던 바와 다른 다소 평범치 않        야 한다는 작업에 대한 소박함의 정신으로 새로운 환경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
            은 유학길이 되었다. 물론 남편의 전공에 따른 영향이 작지 않기도 했지만 오      였다. 작업의 모티브(motive)와 창작의 환경에 대한 새로움을 갈망하던 중 우
            히려 유학중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작가로서의 사고가 더욱 확장성을 가지는 소       연한 기회에 창녕의 한 늪지를 화폭에 담게 된다. 작가는 창녕 우포늪과의 조
            중한 계기가 되었음을 작업실 한켠에 놓여진 작은 조각품을 통해 알 수 있었       우를 통해 그동안의 창작의 과제로 고심해 왔던 나를 찾아 나가는 작업의 모
            다. 당시 회화적으로는 구상화를 천착하며 특별한 고민 없이 풍경화와 인물화       티브임을 확신하게 되어 늪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2016년도 우포
            를 주제로 하는 일상적 작업 활동의 연장 속에 점차 나와 진정한 인간의 삶에      늪의 연작 발표 이후 지금까지 우포늪을 모티브로 감상자들의 미적 심성을 자
            대한 작업 화두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기 시작 하였다. 작업을 하는 작가가 나      극해 주고 있다. 재료적으로는 오일칼라(oil colors)를 고집하여 정통 회화의
            에 대한 고심이 깊어 질 때면 창작활동의 산고가 깊어지는 시기로 새로운 창       채료(彩料)를 통한 고전의 이미지를 연출 하는 독창적인 화법이 시선을 머물
            작의 산물이 잉태되기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자아에       게 한다. 오일칼라를 통한 작가만의 운필은 한국화에서 보여지는 한폭의 진
            대한 깊어지는 고심의 창작의 산물을 품에 안은 채 유학생활을 마치고 가정        경산수(眞景山水)와 함께 인상파(impressionist)의 빛에 따른 색채학적 배합
            을 이루며 작가로서, 아내로서, 한 가정의 어머니의 자리에 있음을 알고 창작      으로 이미경작가의 우포늪은 한국화에서 볼 수있는 여백의 미와 서양화의 빛
            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새로운 나를 돌아보는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 시       과 색채의 미가 혼영되는 몽환의세계로 표현 된다. 건,습식 화법의 혼용은 작
            기 그녀는 그리움에 대한 꽃말과 기다림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는 능소화 꽃       가가 의도하는 기법적인 취향으로 인위성을 배제하는 자연혼합의 운필적 접
            을 연작하게 된다. 우리나라 모든 여성 작가들의 슬럼프 또는 경력단절이 이       근을 시도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채택 하고 있는 것이다. 채색의 과정에서 레
            시기에 가장 많이 생겨나고 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미경작가는 기      이어를 켜켜이 쌓아가는 수고 속에 베이스색의 자연스런 발색은 우포늪에 쌓
            다림의 연작 시간을 작업 활동 중 중요한 전환의 시작점으로 자신의 생활 속       여진 퇴적물을 통한 수천종의 생물의 생성과 현재에 이르는 생명 순환을 지켜
            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었다.                                  온 수많은 세월을 표현하며 캔바스(Canvas)의 영역을 극대화 해주며 감상자


                                                                                                       29
                                                                                                       29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