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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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철 작가의 <이상한 정원> 전시장(2022.12.16.-12.27. 한가람디자인미술관 3전시실) 모습










            화폐나 미술품 등 현실의 다양한 요소에도 이미 가상의 영역이 반영되어 있는       별로 가상의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나타나는데, 연령대가 낮
            것처럼, 가상계와 실재계의 공존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기에 이를 메인 화       을수록 가상의 경험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이전 세대와 작품을 감각하는
            두로 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들은 조각을 여러 형식으로 드러내는 실험 과정       부분에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연령대가 낮은 관객층은 자신들이 경험
            으로서 가상과 현실이 중첩되어 있는 상태로 나타내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한 가상의 환경과 비교하며 작품을 감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환
            실재하는 것이 가상계에 들어간다고 해서 가상의 영역에 종속된다고 생각하         경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은 아무래도 작품을 경험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려움
            지 않는다. 실재하는 이미지인 사진을 가상이라고 보지 않는 것처럼 3D로 스      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낯선 경험이 예술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캔한 이미지 역시 여러 사진을 합친 것과 같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등      긍정적일 수 있다고 판단된다.
            장하는 자연물도 일부 같은 방식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상이나 실재 양
            쪽에 존재하는 이미지로서 그 경계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근에는 공간      가상 공간에서 시간과 공간의 질서를 왜곡하는 것과 아이디어를 색과 형태
            을 활용하여 영상화되기도 하고 비슷한 이미지가 현실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        로 구현하는 것 중 무엇에 더 중점을 두는가.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스
            로 구현되기도 하는 과정으로서의 디지털 조각의 방법론을 실험하는 데 관심        토리라인이 있는가.
            을 갖고 있다. 최근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는 멀티버스(multiverse)처럼 나만
            의 세계관에서 다양한 양태로 존재하는 조각의 양식을 확장하는 것을 즐긴다.       시간과 공간의 표현도 색이나 형태와 같은 조형 요소라고 본다. 이번 작품은
                                                            특별한 스토리라인이 존재하지 않고 무한히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
            외국의 실재 사막이 연상되는 배경에 작가가 제작한 실재하는 조형물이 중력        져 있는데, 이렇게 제작한 이유는 작품이 갖는 조형성에 더욱 집중하게 하기
            을 거슬러 부력에 의한 또는 무중력 공간에서 부유하듯이 구성된 <180˚>에      위함이다. 그러나 올해 진행하는 신작에서는 스토리가 있는 작업을 기획 중
            서는 실재가 아닌 가상의 오브제가 부유하더라도 의미가 같은 것인가 아니면        이다. 아직은 여러 시도를 진행하는 단계이고 앞으로 더 다양한 실험을 이어
            작가의 작업에서 실재하는 오브제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가.               갈 계획으로 있다.

            가상의 오브제 또한 제너레이티브 아트(generative art)의 영역에서 가능한   가상과 실재의 중첩과 혼재에 따른 감각 인식은 작가의 신체가 부분적으로 등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업의 특성상 가상의 이미지에 가까워지게 되        장하는 <이상한 정원>에서 보다 복잡하게 작동하면서 상대적인 크기를 가늠
            는데, 그러한 경우 현존하는 다양한 매체의 3D 그래픽 기반 작업물과 차이가      하게 하는 인체 측정 체계에 혼란을 일으키며 관객의 감상에 흥미를 배가시킨
            줄어들게 되기 때문에 형식이나 내러티브(narrative) 등 다른 부분에서 보완   다. 이와는 달리 <180˚>에서는 실재하는 조각이 전시장에 제시되었지만 추
            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상적이고 유기적인 형태(biomorphic form)여서 인체의 경우 만큼 강력한 효
                                                            력을 전달하지는 않았다. 작가는 우리가 삶 속에서 마주하는 현실 속의 다양
            가상 세계를 다룬 작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가상 공간을 인식한다고 보는         한 사물들을 가상의 공간 속에 뒤틀어 놓음으로써 유한성을 무한성으로 환원
            가. 또한 관객은 이러한 작품을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 가상 공간을 인식한        하며 우리가 기존부터 알고 있던 것은 무엇이며 시각적으로 확인되는 것들이
            다고 보는가.                                         실제로 실재하는 것인지 질문한다. 조형적 미감에 중점을 두어온 작가가 올해
                                                            에는 스토리가 있는 작업도 시작할 예정이라니 창작에서의 기술적 방법과 세
            최근 메타버스(metaverse)나 VR, AR 등의 개발로 가상 공간을 다루는 작품  계관 사이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던 매체의 방법적 논의가 이제는 감각 인식의
            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술 개발의 측면도 있지만 20~30대    확장에 중점을 둔 작가의 세계관이 보다 더 강조되어 나타날 것으로 예견된
            작가들이 온라인 게임과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자라온 경험적인 부분도 크다        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으로 우리의 시각 체계를 교란시키며 디지털로 가
            고 생각한다. 이미 가상의 환경을 일상처럼 평범하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      능한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대해본다.
            상 세계를 다루는 것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관객 또한 연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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