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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묘수 작가 개인전(2018년 6월), 세종시 금남면 소재 소피아 갤러리



            』 등이 있다. 그녀는 예술의 세계에선 불가능이 없다고 확신한다. 시간을 역      받지 않는 공상·환상의 세계를 중요시한다. 구체적으로,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으로 되돌리기도 하며 무를 유로 만들기도 하고 유를 무로 환원시키기도 한        자인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큰 바위덩어리를 공중에 띄워놓는다
            다. 강묘수 작가가 천착하는 ‘빛의 숭고함’은 특정한 사회역사적 맥락을 넘어,     든지, 낮이 밤으로 변해 있는 등의 정신 세계의 전위(데페이즈망)를 보여 준다.
            공간과 지각 경험을 둘러싼 심리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강묘수 작가의『산
            책시리즈』를 통해 <초현실주의 풍>으로 발산되는 분위기는, 마치 영화 『아바      결론적으로, 강묘수 작가 는【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회원 작가들 가운데
            타』에 등장하는 ‘판도라 행성’으로 순간이동 한 것처럼 황홀경에 가깝다. 아직     서도, 항상‘자기 주도적’ 형태로 ‘그림 그리기’를 이어왔기에 성실한 부류에 속
            까지 그녀의 작품 세계를 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일단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회화’라는 행위는 칸트의 ‘걷기’처럼 일상 생활 속에 늘
            들여다 보기로 하자. 우선 일관적으로 그녀의 ‘작품 퍼레이드’를 관통하는 주      반복되는 ‘통과 의례’라고 할지. 하지만, 한 평생에 걸쳐 칸트는 산책기간을 두
            제인 『산책』이란 단어에 주목해 보았다. 기왕에 『철학』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     번 어긴 적이 있다고 하는데, 한번은 프랑스 혁명기사를 읽을 때이고, 또 한 번
            을 시작한 마당에, 『산책』하면 ‘조건 반사’인양 떠오르는 철학가가 있다. 이른    은 그가 존경하던 루소의 명작『에밀(Emile)』을 읽을 때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바 18세기의 <계몽주의 철학>을 대표하는 독일 철학의 임마뉴엘 칸트다. 칸      ‘예외가 허용된’ 엄중한 시간을 빼고는 한 번도 규칙적인 산책을 거른 적이 없
            트는 인간을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로 보았고, 인간의 궁극적 관점은 자연법칙       다는 것이다. 과연 강묘수 작가는 그녀가 붓을 든 이래로 그녀의 ‘규칙적 행위’
            (생성과 소멸)을 넘는 초자연적 심연, 최고선인 도덕법칙을 따라야 한다는 신      를 몇 번 정도나 걸러 보았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
            념을 수호했다. 어쩌면 칸트의 ‘정체성’이 화가의 감성을 닮기라도 한 듯 “공간    지 분명한 사실은, 강묘수 작가가 펼쳐놓은 작품들을 통해 관자는 다양한 형
            과 시간은 내 마음의 현실을 구성하는 프레임”이라는 어록까지 남겼다. 또한       태의 ‘꿈’을 접한다는 점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곳에서 발생하는 무한한 자유
            <정신분석학>의 아버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역사’가 아니라 ‘신화’를 통      와 꿈을 자각한 이가 꿈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려는 시도를 하기 마련이다. 왜
            해 인간의 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통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많은 고전 신       냐하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두려움’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타인의 꿈’이
            화들은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가장 두려워하는 욕망이 저지른 사건을 이야기        기 때문에 아무리 비정상적인 일이라도 허락된다. 오히려 현실과는 동떨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스토리 텔링’을 분석하면서 신화가       진 색다른 이야기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구성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더 깊
            실제 사람들에게 갖는 의미를 발견했다. 그는 오이디푸스나 엘렉트라 등의 이       은 ‘매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비록 그 어느 누군가 에게는 ‘자각몽(Lucid
            야기를 연구해 자신이 규명한 정신분석학인『콤플렉스 증상』에 이들의 이름을        Dreaming)’에 불과할지라도, 그 ‘존재감’ 만으로 이미 ‘숭고한 가치’를 발산하
            붙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프로이트 역시문학과 미술 작품을 연구해 작가의        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강묘수 작가가 자신이 포진한 【ADAGP 글로벌 저작권
            잠재의식이 작품에 드러난 것으로 보고 그 의미를 분석하고자 했다. 프로이트       자】의 일원으로써, 애써 묘사하려는 ‘비 가시적인 꿈’이 그녀의 붓에 의해 캔버
            가 주창한 인간 내면의 잠재의식은 ‘날 것’ 그대로의 인간 본능이다. 마치 ‘꿈의   스 안에서 재해석 되는 동안, ‘불확실성의 시대’를 담보로 현재진행중인 <코로
            세계’와도 같아서 복잡 미묘한 <분석>을 통해 마음 속의 ‘행간’을 더듬는다. 혹   나 앤데믹>을 준비하며 지쳐있던 우리 각자가 잊고 있었던, 아니 ‘기억’의 한
            자는 이 행위를 ‘미래에 대한 예견’이라 쓰고 ‘해몽’이라 읽기도 한다. 바로 여   켠으로 억지로 밀어내 보냈던 ‘고유의 꿈’을 다시 꺼내 ‘새로운 정신’으로 천천
            기서, 위에서 언급한 강묘수 작가가 추구하는 ‘개념’과의 접점이 발견된다. 이     히 반추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런 식으로 “왜곡된 현상”을 이미지로 묘사한 <초현실주의>는 이성의 지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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