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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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통도사 극락보전 전경
통도사 반야용선도와 의 어둡고 음침한 명계로 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점점 늙어 죽게 된다. 그때 부
활의 신 케프리가 태양신 라를 재생시켜 늙은 태양신이 어린 태양신으로 환생
이집트 벽화 태양선 하여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다시 동쪽 하늘에 뜨게 된다고 믿었다. 즉 해는 동쪽
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게 됨을 의미한다.
고대 이집트의 미술은 이러한 이집트 문화의 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한 현
세의 삶은 내세의 영생에 비하면 잠시 지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고에서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출발하였다. 특히 벽화에는 이런 종교적인 내용이 많이 담겨있으며 이를 바탕
으로 태양선도 그려진 것이다.
양산 통도사(通度寺) 극락보전(極樂寶殿)의 반야용선도는 조선 후기 불교를
지난해 11월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이집트를 여행하게 되었다. 찬란한 고대 바탕으로 그려진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통도사 극락보전은 정면 3
이집트 문명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여러 신전들, 오벨리스크 등을 직접 내 눈 칸, 측면 3칸의 다포양식 팔작지붕에 활주를 받친 목조건물이다. 1369년(공
으로 볼 수 있었으며 룩소르에 있는 왕가의 계곡과 왕비의 계곡에서 왕과 왕 민왕 18)에 창건하였다고 하는데 현재의 건물은 상량문이 발견되어 1801년(
비들의 무덤 벽화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일부 보수를 하였겠지만 기 순조 1)에 중건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외부의 단청은 심하게 박락되고 색이 바
원전 1,500년 이상이 된 벽화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물이나 동물의 다양한 랬지만 뒷벽을 보면 중앙에 반야용선도가 그려져 있고, 왼쪽 측벽에 칼을 든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에 생생한 색채로 채색한 부조 기법은 신비로 밀적금강과 오른쪽 측벽에 주먹을 불끈 쥐고 눈을 부릅뜬 나라연금강의 벽화
울 따름이다. 가 있다. 내부에는 서방 정토의 주인인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고 관음보살과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투탕카멘(Tutankhamun) 무덤에 그 대세지보살이 협시하고 있다. 내부에는 연화문과 비천으로 장식한 불단을 비
려진 벽화의 태양선(太陽船)이다. 태양선을 보는 순간 반야용선도(般若龍船 롯하여 주불 위에는 천개(天蓋)를 만들고 여의주를 입에 문 용과 중생을 극락
圖)가 머리에 스쳤다. 태양선은 죽음의 세계인 서쪽의 명계(冥界)로 가는 배 으로 인도한다는 극락조 등을 조각하여 신비스럽게 장엄한 단청이 극락정토
이고, 반야용선은 불교에서 죽은 이들을 태우고 서방의 극락세계로 가는 배 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라는 점에서 유사하고, 배의 형태나 타고 있는 사람을 표현한 점도 비슷하다. 그래서 극락전은 아미타전(阿彌他殿) 또는 무량수전(無量壽殿)이라 부르기도
하며 극락을 의역한 안양(安養)이라는 이름을 붙여 흔히 안양루나 안양문, 안
태양선은 '태양의 돛단배' 또는 '라(Ra)의 돛단배'라고도 부르는데 고대 이집 양교와 같은 건축물이 함께 세워지기도 한다.
트 신화에 따르면 태양신 라가 은하수와 사후 세계인 두아트(Duat)를 오갈 때
타고 다닌 배를 말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하늘에도, 땅에도, 지하에도 나일 반야용선도는 아미타불과 그 권속이 용의 형태를 한 반야선에 중생들을 태워
강이 있다고 믿었으며,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하늘의 나일강에서 땅의 나일강 서방정토로 인도해가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조선 후기에 불교신앙의 변화
으로 흐르는 물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태양신 라는 매일 낮에는 맘 에 따라 반야용선(般若龍船) 신앙이 정립되면서 반야용선도라는 용어와 도상
제트(Mamdjet)라는 낮의 태양선을 타고 하늘의 나일강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도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반야용선도의 도상은 뱃머리에 삿대를 든 인로왕보
여행하며, 밤에는 메스케트(Mesket)라는 밤의 태양선을 타고 명계에 흐르는 살(引路王菩薩), 가운데는 극락삼존인 아미타불과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그
지하의 나일강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여행한다. 그러면서 낮에는 밝은 햇빛을 리고 배꼬리에 지장보살(地藏菩薩)을 배치하여 대체로 뱃머리 부분, 가운데
비추어 만물을 자라게 하여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을 가져다 주고, 부분, 배꼬리의 세 부분으로 정형화되었다.
밤에는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명계의 죽은 사람들을 부활하게 하여 내세에 영 이곳 통도사 반야용선도 역시 험한 바다를 건너 극락세계로 향하는 반야용선
생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고 한다. 그러나 태양신 라도 낮의 여행을 마치고 밤 을 표현하고 있는데 구도나 내용이 보기 드문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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