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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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小確幸Ⅲ(Small SatisfactionⅢ), 月下猫Ⅰ(Cat under MoonⅠ), 60×20cm, 月下猫Ⅱ(Cat under MoonⅡ), 60×20cm,
80×20cm, 종이에 천연안료, 금박, 2023 종이에 천연안료, 금박, 2022 종이에 천연안료, 금박, 2022
한-숨, 꽃이 되다
들이 탄생했다. 긴장과 안도의 ‘한-숨’은 작가에게 지독한 마음의 상처로부터
권지은 작가 벗어나기 ‘살기 위한 숨고르기’의 과정이었다. 몸소 집을 짓고 정원을 가꾸면
서 삶과 자연을 일체화 시킨 경험들은 ‘붓질이 되고 그림을 사생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되었다. 작가에겐 근심과 휴식의 ‘한-숨’이지만, 보는 이들에겐 권지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은의 확장된 세계를 만날 좋은 기회가 열린 것이다.
“사람과 공간에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나로서는 익숙함을 상징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래서 집을 짓고 정원에 나무와 꽃을 사서 심
작가와 작품은 한 몸이다. 지금-여기의 언어가 숨이 되고 생명이 되어 하나의 었다. 한숨 돌릴 시간이 있을 때나 마음이 답답하여 한숨이 나오는 때에 늘 힘
유기체가 되는 과정, 그래서 작품 안에는 작가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녹아있 들 때나 나무와 꽃을 샀다. 그것들을 심고 가꾸는 노동은 나에게 내 공간이라
다. 권지은 작가는 한국 전통 채색화를 기반으로 한 ‘현대적 미감’을 대상의 에 는 편안함과 약간의 유체적 노동으로 인한 피로감에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
너지 안에 담아 왔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직접 교유(交遊; 서로 사귀어 게 했다. 그렇게 나의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는 내가 한숨을 쉬어야 할 때나 한
왕래함)한 대상을 담았을 때 진정성 있는 작품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 숨이 필요할 때마다 늘어났다. … 나무던 꽃이던 3년은 꼼짝없이 새로운 땅에
이었을까. 삶의 가장 어려운 시절, 위안과 희망을 함께 한 ‘자기 고백’같은 작품 서 적응을 해야만 했다. 이 움직이지 않는 생명체는 기다림과 낯선 곳에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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