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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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내 이웃
글 : 장소영 (수필가)
사진제공: 함미애작가
“띵동~ 띵동~” 철따라 때마다 봉지 안 내용물도 다채롭다.
또 초인종이 울린다. 초저녁 시간이다. 누구일지 알기에 이젠 묻지도, 확인도 상추, 고추, 호박, 가지 채소들부터 시작해서 토마토, 열무김치, 대봉, 모과, 삼
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연다. 아니나 다를까? 묵직해 뵈는 검정봉투를 쥐고 계신 계탕 등 다 열거할 수 없는 각종 먹을거리들이 초인종 소리와 함께 들이닥
앞집 형님이시다. 이번엔 또 무엇을 주시려는 걸까? 묻기도 전에 순창서 담근 친다. 특히나 김장철이면 동치미, 갓김치, 배추김치가 우리 식탁에 넘쳐난다.
김치가 들왔다며 통째로 식탁에 턱 올려놓은 채 봉지 안을 눈으로만 확인하고 아파트 단지 내 다른 형님들의 애정도 듬뿍 받고 있다. 산다는 게 팍팍하고, 구
서 덜어냄도 없이 그대로 돌아서신다. 어제는 김밥을 말았다며 내 미시더니…. 질구질하고 너덜너덜하다고 진저리칠 시기를 몇 번씩 겪을 때, 밑반찬이며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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