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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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양식까지 챙기시며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신 분들이시다. 토닥이고 함께 울       이웃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니 친근하대서 나온 말이다. 사람은 아무리 가
            어주시며 ‘살다보면 작은 산 넘었나 싶으면 큰 산이 있더라.’는게 그 분들의 인    까운 관계라도 몇 개월, 몇 년만 얼굴을 보지 못해도 마음이 멀어진다. 요즘은
            생경험이다. 지금처럼 평온한 일상을 누릴 때에도 ‘자넨 산소같은 여자야!’라      통신기기의 발달로 수시로 음성을 듣고, 얼굴도 접할 수 있지만 어찌 직접 얼
            며 무한한 격려와 신뢰를 쏟아 부으시며, 활력을 더해주신다.               굴을 마주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있을까.
            장기출타에 집안 열쇠를 맡겨오는 이웃이 있고, 낚시로 갓 잡아온 은갈치를 내
            어주는 이웃이 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같은 대단한 삶은 아니었을 것 같      홀로 있으면 함께 하고 싶고, 같이 있으면 홀로 있고 싶은 것이 사람의 이율배
            은데, 그럼에도 이웃복은 타고나 행복하다.                         반적인 본성이다. 너무 가까이도, 너무 멀리도 아닌, 절묘한 지점에 이웃이 있
                                                            다. 인간은 본래 교류하고 상생하며 살아가는 운명공동체라고 한다. 우리는 수
            우리사회에 이웃이 사라져가고 있다. 과거에는 두레, 향악, 품앗이 같은 전통      많은 이웃과의 관계에서 전적으로 나 아닌 것들에 의존하고 있다.
            이 있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나누는 삶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먹는 것, 입는 것이며 생활필수품들이 이웃의 수고에
            은 세대 갈등, 이념 갈등, 젠더 갈등이 각자를 뿔뿔이 흩어놓고만 있는 것 같다.   의한 것이고, 심지어 숨 쉬는 공기, 적당한 온도까지도 모두가 이웃과 함께한
            이따금 고독사 얘기가 뉴스에 올라온다. 며칠 만에, 몇 달 만에 발견되는 고독     다. 작게는 주변이웃이지만, 넓은 범주에서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도 이웃이다.
            한 죽음에 대해 방송에서 읊어대지만, 이젠 아무런 반향조차 없다는 것이 너       이웃은 서로의 생명의 은인이며, 존재의 기반인 것이다.
            무나도 두려운 일이다. 그 동안에 그 슬픈 죽음에는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었나?                                다행히도 냉막한 현대인들 마음 한 구석에도 공동체 삶에 대한 향수는 남아있
            같이 터놓고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었나?,                         나 보다. 서로가 외로운 개인의 삶이라도 나름의 시도들은 계속된다. 최근엔
            같이 웃고, 울 사람이 없었나?                               동네에서 서로 나누고 일상을 공유하는 당근이 울릴 때면, 이런 것이 그래도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외롭고 무기력했을 삶의 무게가 느       현대판 공동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괜히 흐뭇해지곤 한다.
            껴져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진다.                               그릇에 이웃의 온기가 담긴 김치를 옮겨 담으며, 마음 속 여백에 고마움과 따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먼 친척은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지만 가까이 있는      뜻함이 꽉 들어참을 느낀다. 나 역시 이웃에게 ‘산소 같은 여자’라는 별칭답게
                                                            이웃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되겠다.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광주문인협회 회원
                      •'월간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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