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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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中花Ⅰ, 25×70cm, 비단에 천연안료, 2023
































                              䤢花-花王Ⅱ, 76Ø, 종이에 천연안료, 금박, 적박, 2021                   해걸이, 100×65cm, 비단, 천연안료, 2023









            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생명체 사이,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율배반의 미묘한 매력이 이번 전시를 보
                                                            는 색다른 묘미이다.
            “이 전시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는 적어도 3년 이상 나의 한숨에 반응해주었
            던 것들이다. 관념적인 형태가 아닌 실제 만지고 가꾸고 기른 생명체들이며 나      작가의 근간은 불화(佛畫)에 있다. 작가는 학화(學畵)의 과정인 임(臨), 화의(
            에게 지속적인 위안이 되는 것들이다.” - 권지은 작가노트 中에서            畵意)를 응용한 방(倣), 이를 바탕으로 자신을 불어넣는 창(創)을 종합하여 또
                                                            다른 ‘현현(玄玄; 깊고 오묘한)의 미감’을 자신에게 부여했다. 현대적인 작품
            작가의 고백처럼, 가꾸고 어루만진 대상들이 작품이 된 까닭은 전통 모란도        속에서도 ‘삶의 깨달음’이 녹아든 까닭은 수행하듯 그려나간 작품의 과정들이
            의 화려함 안에선 살아있는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통방식을 고       육체적 수행 속에서 체화됐기 때문이다. 작품 안에는 끝없는 평온과 깊은 자
            수하되 자연을 작품으로 옮기는 과정, 작은 정원이 그림이 될 때 그 안에서 쉬     유가 담겨 있다. 불화에 담긴 물(物)과 신(神)의 조화가 생활미감과 더해져 경
            는 한숨들은 상처를 정화(淨化)시킨 동력이 되었다. 관념적 꽃이 아닌, 자연이     계 없는 감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렇듯 ‘한-숨’을 꽃으로 비유한 이번 전시는
            곧 내가 되는 ‘체화채색(體花彩色)’ 방식을 창출한 것이다. 작가는 체화채색의     존재와 대상을 켜켜이 쌓여있는 작가의 경험과 연계해 보여준다. 그림 속 대
            방식을 ‘한국적 미감’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루어냈다. 한국토종화이면서도 전       상은 인간이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꽃의 ‘형태(shape)’를 띄지만, 보이지 않는
            통회화의 소재로 쓰인 꽃들에 한정한 것이다. 3년이란 시간동안 꽃이 익숙하       깨달음을 연결한 ‘상상의 종합화’라고 할 수 있다. ‘직접 기르고 어루만진 대상
            게 자리 잡도록 작가 자신도 ‘터’를 비우지 않고 지켜낸 열정을 보였다. 작품     들의 사생’은 ‘수행의 과정’인 동시에 불화의 메커니즘을 가로지른 현대작가로
            안에 간간히 등장하는 새끼 고양이 그림들은 그렇게 찾아온 길고양이들을 ‘        서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꽃과 함께’ 돌본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움직이는 생명체와 정주하는       권지은 작가의 작품은 2월 4일부터 9일까지 북촌갤러리 한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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