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전시가이드 2023년 2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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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선한 사마리아인, 192×107㎝, 실크벽지 아크릴 혼합재료, 2022







                             2023. 2. 2 – 2. 22 레드부츠갤러리(T.031-426-4123, 경기 의왕)






         3.3 escape                                     고민한다. 현재의 일상을 벗어나 시간을 초월하는 고뇌로 확장되어간다. 무
                                                        의식의 세계에서 불현듯 붙잡힌 이 테마는 과거와 미래로의 의식적인 여행을
        원희제 초대전                                         통해 그 윤곽을 잡아간다.  이질적인 존재라 하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사람’
                                                        들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현재의 지구인은 더 경계
                                                        를 확장해가면서, 경계선조차 흐릿해 진 채로 속도감 있게 이질적인 존재들
        글 : 김혜현 (레드부츠 갤러리 대표)                           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반려동물, 인공지능, SF소설에서 등장하는
                                                        사이보그 인간, 복제인간, 그리고 아직은 만나지 못했지만 우주생물학자 칼
        유대인 율법사가 예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      세이건이 오래동안 흠모했던 지적 외계인까지 포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이 상황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구원의 교리를 가르치는 선생이 바로 율법사        은 우리의 이웃이 될 것인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그가 알고 있는 뻔하면서도 당연한 답을 주었
        다. “신을 사랑하고 그렇게 이웃도 사랑하라”고. 율법사는 다시 질문했다. 이     작가는 유쾌하게도 지혜로운 답을 찾아낸다. 늘 그렇듯 답은 가까이에 있다.
        번에도 다분히 의도가 있는 질문이었다. “그렇다면 내 이웃은 누구입니까?”       신은 우리에게 그냥 답을 주지 않는다. 인간을 고뇌하는 존재로 만들었기 때
        예수는 바로 답을 하지 않는다. 강도를 당해 죽어가는 한 유대인을 예로 들어      문에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는 우리를 새로운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지나쳐 가는 제사장과 레위인보다        야기 속으로 초대한다. 원희제 작가의 3.3escape는 작품과 조우하는 모든
        그를 살뜰하게 보살펴 준 - 몸과 마음을 다해 사랑을 실천한- 선한 사마리아      이들의 상상력을 통해 함께 탈출할 수 있는 신나는 치킨댄스를 확실히 보여
        사람(유대인들이 따돌리고 싫어하는 사람들) 중에서 “누가 네 이웃인가?”하       줄 것이다.
        고 다시 물었다. 율법사는 피할 도리가 없었다. 얄미운 사마리아 사람을 사랑      모든 작품들은 탈출에 용이하도록 가볍게 제작되었다. 실크벽지에 그려진
        해야 자신이 원하는 영생을 얻게 되니까.                          작품들은 중력을 이겨내고 우주로 여행하기에 수월한 두루마리로 운반된다.
                                                        물론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분들도 이 가벼운 탈출 시스템에 동의하시면 좋
        작가의 고민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와 다른 이질적인 존재들을 우리        겠다. 이탈리아 작가 Giorgio Griffa의 작품처럼 가볍게 벽에 붙일 수 있는 소
        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예술가로서 작가는       장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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