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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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보물의 정원 202311, 175x360cm, 수제장지 위에 합금박 석채, 2023
보물의 정원
해 온 탓에 신작에서도 최상의 미감을 발견할 수 있다. ‘동-감의 레어어’이란
한국미를 해석하는 서수영의 미학을 아우르는 말로, 아이 같은 순수함(童/僮)·
서수영 작가 기운생동의 활력(動)·순환과 순응(同/共感)·규정되지 않은 그리움(憧) 등과 같
은 동음다층(同音多層)의 의미를 띄는 ’동그라미의 네트워크’를 뜻한다. 지금
까지 서수영에 대한 평가는 금박을 사용한 채색인물화에 능한 여성작가로 알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려져 왔다. 이는 한국채색화를 민화 혹은 궁중화원들의 솜씨라는 이중구조에
가두거나, 일제강점기에 유행한 일본화의 화려함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결
과다. 한국화의 수묵운동이 ‘우리안의 식민성’을 거세하기 위한 일련의 시대미
지난 30여 년 동안 서수영에게 가장 큰 과제는 ‘한국 전통회화에 담긴 특유의 감이었다면, 다이나믹한 K-Art의 시대 속에서 서수영의 한국화는 ‘새 시대를
감성미를 어떻게 현대미술로 재해석할 것인가’였다. 단순히 과거와 현재의 시 여는 다층의 큐비즘’을 보여준다. 우리는 조선시대의 미감을 백색과 수묵에서
공간을 잇는 과정을 넘어, 동시대의 감성적 코드와도 교감할 수 있는 ‘현재 진 찾는다. 이는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를 반영한 ‘조선 문인(文人)들의 예
행형의 한국미’를 찾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서수영 작가의 행보는 술혼’을 ‘백색미감’과 연결했기 때문이다.
우리 현대인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요구하며, 새로운 미적 경험들을 통해 한국 최근 유행하는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한 ‘백자열풍’이 오늘의 브랜딩이라면, 계
회화의 자긍심을 다시 전하고 싶은 바람의 실천이었을 것이다. 층을 망라한 ‘한국미의 원형(圓形/原形) 실험’은 ‘한국화가로서의 문인미감’을
오늘에 맞게 이어간다는 ‘서수영 만의 브랜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
이번 전시는 개관 40주년을 맞은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한국미술관(관장 안연 이 생각하는 채색화는 여전히 ‘일본화/중국화’와 같은 ‘공필화(工筆畵)’의 수준
민ㆍ장은재)의 초대전으로 진행된다. 이미 10년 전 ‘황실의 품위’전으로 서수 에서 확장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조선백자의 변주를 ‘한지부조’ 속에서 실
영 작가와 인연을 맺은 한국미술관은 “한국이 지닌 무한한 전통적 미를 현대 험하는 최근작들은 “한국작가로서 한국미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향한
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우리의 가슴에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새로운 울림 진지한 고민의 결과이다. 작가가 그렇게 선택한 것은 한국미감을 가장 잘 소
을 전해주는 작품”이란 점을 높이 평가해 초대전을 기획했다고 전한다. 이번 화할 수 있는 것이 한지였다. 닥죽을 틀에 부어서 떠내는 방식의 ‘한지부조’는
에 선보이는 작품은 조선의 백자와 달항아리 모티브를 한지 부조 작업으로 되 경쟁력 있는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수영의 최근작들은 한국화나 동
살린 <보물의 정원> 시리즈이며, 전시의 제목도 같다. 양화라기 보다 회화적 마티에르를 스미는 독특한 구조에서 ‘K-Fine Art’로 읽
어야 하지 않을까. 작품 사이에 보이는 태극문양들은 ‘근대화가로서의 정체성’
동-감感의 레이어, 한국미의 재해석 을 다시 묻기 위함이고. 17~19세기 국보(國寶) 위주의 백자가 눈에 띄는 것은
‘최고미감을 향한 최선의 과정’에 기인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미감을 현대작가
한국미에 대한 다층의 의미들을 채색과 수묵,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실험 의 눈으로 재해석한 ‘서수영의 종합주의’는 한국미를 해체 후 재구성하는 ‘한
해온 서수영의 최근작들은 ‘문인미감의 발현’과 ‘백자문화의 현재화’로 요약된 국적 큐비즘의 개념화’라고 할 수 있다.
다. 동아시아의 채색화, 그 가운데서도 최고수준의 궁중화와 고려불화를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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