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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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선정릉(宣靖陵)의 정릉(靖陵) 정자각 전경




        단청에 그려진 과일, 석류                                  장 잘 보여주는 문양이 머리초이다. 머리초는 회화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지
                                                        만, 여러가지 문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에 석류(石榴) 문
                                                        양을 넣었는데 머리초의 중심인 활짝 핀 연꽃 문양 위에 위치하고 있다.  자세
                                                        히 살펴보면 석류만 그린 것이 아니고 석류 위에 사리합 모양의 항아리가 결
        글 : 박일선 (박일선(단청산수화가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합된 문양이어서 석류와 항아리를 뜻하는 동(垌)자가 합쳐진 단어인 석류동
                                                        이라 부른다. 석류동은 머리초의 중심에 위치하여 중요함을 나타내며 색상은
                                                        가장 존귀함을 상징하는 황색으로 채색을 하지만 때로는 금박을 붙이기도 하
                                                        여 시각적 포인트를 준다. 위쪽으로는 상서로운 무지개를 상징하는 오색 빛깔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다.                                 의 휘를 그려 넣어 화려함과 역동성을 표현하였다.
        조선 왕릉(王陵)을 돌아보면 학창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김밥에 사이다를
        싸가지고 소풍 갔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  시절에는 왕릉에 마음대로 올라갈       석류를 영어로는 pomegrante라고 하는데 라틴어의 ‘사과’라는 뜻의 pōmum
        수 있을 정도로 문화재 관리가 허술했었다. 지금은 유네스코(UNESCO) 세계     과 ‘종자가 달린’이라는 grānātus에서 유래했다. 지름이 대략 6~8cm인 둥근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예전보다 잘 관리가 되어 보기 좋아졌다. 조선 왕릉에       모양의 과일로서 단단하고 노르스름하다 불그스름하게 변하는 껍질이 감싸
        는 기본적으로 능침 아래에 정자각(丁字閣), 비각, 수복방, 수라간, 홍살문이     고 있다. 과육 속에는 많은 씨앗이 있으며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나서 주스를
        세워져 있다. 그중 정자각과 비각에는 궁궐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단청이 꾸며       만들어 음용하고 껍질은 약으로도 쓴다. 원산지는 서아시아와 인도 서북부 지
        져 있다. 일반적으로 불교적이라 알고 있는 단청을 유교적인 제례를 거행하는       역이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초기에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정자각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청이 불교와 밀접하기는 하지만 꼭 불교
        사찰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즉 조선 시대의 건물은 거의       석류는 회화에서 많이 다루는 소재이다. 특히 정물화에서 두드러지는데 정
        목조 건물이기 때문에 비바람이나 병충해에 목재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하        물화라면  서양의  회화  작품을  먼저  떠올린다.  서양의  회화에서도  석류는
        여 단청을 하였던 것이며, 아울러 왕실이나 사찰의 건물에는 권위를 나타내기       많이 다루는 소재이다. 석류를 소재로 정물화를 그린 작가는 폴 세잔(Paul
        위해 아름답고 화려하게 단청을 한 것이다. 단청에서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가       Cézanne, 1839~1906)을 비롯해서 장 바티스타 시메옹 샤르댕(Jean B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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