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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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신 No46 Forest-Black hole, 130.3X 130.3cm, mixed media, 2016 ⓒADAGP  류영신 No66 Forest-Divine, 181.8 X 181.8cm, mixed media, 2019 ⓒADAGP





            우주의 불가사의를 통찰하기를 소망한다. 류영신 작가는 가끔 숲이나 정원에        많은 과정을 거쳐 작품에 몰두하던 중 마침내『forest divine 시리즈』가 탄생하
            서 주변을 맴도는 신비한 존재에 대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한다. 어쩌면      게 되었다. 보이는 숲에 비해 보이지 않는 <신비한 숲>을 공감하면서 시공간
            큰 숲이나 정원에서 우리를 수호해주는 숲의 요정이나 생명체에 대한 개념은        의 순간들을 대자연의 숭고한 위엄에 빠져 걸작을 만들어 내는 그 순간까지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류영신 작가가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자연의 생명체’를 회화에 구현해내면 자연스럽게 보는 이의 상상을 자아내는
            것이 아닐지 싶다. 궁극적으로 류영신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에 모두 작용하      결론적으로, 류영신 작가는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회원 작가들 가운데
            는 작품을 승화시켜서 숲을 재구성하여 내면의 이미지도 표현한다. 그녀가 첫       서도, 과거로부터 통용되어왔던 기법을 머금은 ‘누에 고치’에서 <현대적 감성
            <개인전>을 마쳤을 무렵에 일어난 화재로 인해 10여년동안 작업해왔던 분신       >이라는 실을 빚어내는 예술가임을 암시해준다. 왜냐하면, 그녀의 작품 스타
            들이 소실되자, 대자연과의 호흡을 통해 상실감을 극복해 보고자 러시아 유학       일과 주제가 기성의 작가들과 같아 보일지라도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부연하
            길에 오른다. 더 좋은 작품을 하라는 계시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자면, 어떤 작품이 외형적으로 다른 그림과 유사하다고 믿게 만드는 흔적은
            로 마음먹고 유학을 선택한 것이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에 타는 듯한 붉은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류영신 작가의 작품에서는 창작자의 의도적인 노림 수
            노을과 끝없이 펼쳐지는 해바라기 숲과 바라만 봐도 그림 같은 풍경들은 그        가 내포된 것이기에 그 자체로 ‘독창성’이 검증된다. 예를 들어, 20 세기 중반
            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 중에서도 은빛 자작나무 물결의 숲 속에 흔들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정물화 시리즈』를 보면,
            리는 잎새는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신령한 존재에 대한 느낌을 전해주는 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존의 여느 작품’과 비슷해 보인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
            은빛 숲의 요정이 그녀를 수호해주는 듯한 상상을 자아내게 했다고 한다. 그       다. 그러나 그의『정물화 시리즈』를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다 보면, 그의 그림
            때부터는 그녀는『자작나무 숲』을 그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자작나무에 천착하         이 항상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이 ‘시점
            기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은빛 숲 물결은 그녀의 ‘원초적 본능’을 사로잡기     의 이동’이 핵심을 이해하는 관건이다. 조르지오 모란디의 『정물화 시리즈』혹
            에 충분했고 빛나는 은빛나무 줄기는 ‘여인의 누드’처럼 곡선미를 자아냈다.       은 류영신 작가의『forest divine 시리즈』의 경우에는, 다른 ‘연작 물’들이 천편
            푸른 숲 속에 빛나는 은빛줄기는 그녀를 환상 속에 머물게 했다. 그녀의 회화      일률적인 구도 및 주제를 적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단조로울 수도 있는 분위
            속에 등장하는 자작나무는 여인의 아름다운 곡선이었고 사랑이었다. 다양한         기를 소위 요란한 ‘색채의 팔레트’로 관자를 속이는 ‘위장술’을 근본적으로 거
            표현으로 내만의 의식과 무의식에 모두 작용하는 작품을 승화시켜서 숲을 재        부한다. 각각의 작품들은 ‘고유의 구도’를 품고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기준
            구성하여 내면의 이미지로 표현된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 『forest white tree』  을 적용한『정물화』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거나 종종 정의할 수 없는 모양 등
            였다. 구상과 반구상으로『forest white tree』 연작으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  을 수용하기 위해 시야각의 위치를 이동함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
            던 중 우연히 닥나무를 접하게 되어 또 다른 회화로 접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다. 필자는 아무쪼록 류영신 작가가 자신이 포진한 【ADAGP 글로벌 저작권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이윽고『꼴라쥬 기법』으로 닥나무의 자연스러운 거       자】의 일원으로써, 자신의 기술을 예술로 발전시키며 자연을 그리는 과정에서
            친 느낌과 부드러운 느낌 질감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면서 탄생한 것이『forest     ‘새로운 정신’에 바탕을 둔 회화 그룹으로써 독립적으로 평가 받기를 염원한
            black hole 시리즈』였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한줄기 햇살처럼 오래된 거목과  다. 아울러서 진정으로 장엄한 류영신 작가의 통찰력 중 하나인, 고유의 ‘시적
            도 같은 질감이나 숲의 전설과도 같은 ‘블랙 홀’ 마냥 숨겨진 수많은 세월들이     형태’를 통해 돌출된 세련된 감각이 숲 속 빈터의 어두운 그늘을 반영하는 화
            고스란히 흡수되었다. 그녀의 내면에 잠재된 수많은 생각의 잔재들이 표현된        가로 성장하였으면 싶다. 동시에 ‘명확성’에 기반을 둠으로써 그 어느 누구에
            작품이 탄생된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닥나무의 변신, 즉 한지가 만들어       게나 ‘기억과 현실’을 하나로 묶어주는 작가로 길이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는 과정에 다양한 질감들을『꼴라쥬 기법』으로 캔버스에 다양한 기법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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