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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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스건 사진을 거치건 상관없이 미술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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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CONTACT>(2021)  전시  서문에  <핸드
                                                                           투 핸드> 제목의 비평문을 실은 신지현 큐레이터
                                                                           는 작가의 작품에 있어 실제의 경치와 디지털 투
                                                                           사 사이에 기억, 서사, 조정과 실험이 존재함을 말
                                                                           하였다. 여기에서 논하고 있는 실제 대상의 이미지
                                                                           변형과 이를 통해 다시 원본이 되는 작품의 진정성
                                                                           과 진실성은 시뮬라크르에 기반한다. 이는 작가의
                                                                           <ZIP>(2022) 전시에 <움직이는 형식의 값>을 제
                                                                           목으로 비평한 정희라 큐레이터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다. 여기에서는 매체를 통한 회화의 재현이 중점
                                                                           적으로 논의되었는데, 다분히 시큘라크르에 기반한
                                                                           관점을 찾아볼 수 있다. 실재하는 대상을 그대로 담
                                                                           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동원하여 변형을 통해 대상
                                                                           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미술이라면, 그 변
                                                                           형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건 간에 새로운 해석
                                                                           을 담아야 한다. 그런데 두 비평가는 원래 말하고
                                                                           자 했던 의도보다는 작가와의 깊은 대화를 통한 논
                                                                           의에 기반하여 논지의 흐름을 잡았기 때문에 실재
                                                                           의 복사, 카메라의 개입, 디지털 디바이스, 실견과
                                                                           디지털 투사, 변형되는 이미지 등을 논하면서 사진
                                                                           의 이미지를 변형하는 데 더 중점을 두어 논했다고
                                                                           판단된다.

                                                                           스케치, 드로잉, 에스키스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
            인하고 또 바로 지울 수 있는 신속성과 이미지 편집의 편리성 때문에 사진 한                  라나 스마트폰으로 포착된 이러한 이미지들에는 그 자
            장을 찍기 위해 쏟아붓는 정성과 노력이 필름 카메라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어        체로 부분적이지만 그 목적에 충실하게 존재하는 파생된 심상이 존재한다. 작
            지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사진 이미지는 개별적인 작품이라기보다는 일상의         가는 여기에 움직임에 따른 속도감, 시각적 질감, 화면 구성을 위한 적절한 비
            기록이라는 의미가 더 강해졌다.                               율과 배열을 더한다. 이는 움직이지 않는 풍경이나 정물일 때 작가에게 온전
                                                            히 변형을 허락하는데, 혹시 움직이는 대상을 소재화할 때 다시 움직임에 따
            김지윤 작가가 찍은 풍경 사진은 구도, 노출, 초점을 맞춰서 완벽한 사진을 찍     른 속도감, 시각적 질감, 화면 구성을 위한 적절한 비율과 배열이 더해진다면
            고자 했던 필름 카메라의 그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찍은 연속 이미지였을        오히려 작가가 원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더 정확히 얻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것이며, 따라서 거기에 마음을 담아 단편적인 기록 이상의 것을 포착하려 했       이 말은 대상을 고정된 풍경이나 정물로 정하건 움직이는 사람으로 정하건 또
            던 예전 사진의 의미와는 달랐을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에 대한 이러한 생각       한 어떤 방법으로 포착하건 건에 작가는 이미 대상에 대하여 감정을 이입하고
            은 미술가들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일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방식       있으며 이를 자기화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으로 넘어오면서 일상 그대로의 온전한 포착보다는 소셜 미디어용으로 업로         다양한 디지털 이미지들 속에서도 이미 작가의 대상에 대한 선택이 진행되었
            드하기 위하여 다분히 연출에 의한 설정 샷의 선호로 이러한 목적용이 더 가속      으며 이에 몰입하여 대상을 작업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유하는 방식이 사진을
            화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작가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한 것은 바로 이러한 디지      통해 투여되었다는 말이다. 앞으로 작업을 위한 구체적 방법에 대한 논의보다
            털카메라 혹은 스마트폰 촬영을 통해 드러나는 일상 그대로 흘러가는 하나의        는 명멸하는 빛 속으로 스며들어 가는 대상이나 그 물성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이미지에 국한된 것이라 보인다. 물론 그 당시 찍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심상      미술에 더 집중을 둔 대상을 사유하는 방식과 관련한 논평들이 나오기를 바란
            은 사진에 드러나 보이지 않고 찍은 사람만이 기억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것이       다. 작가도 결국 그 의도로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겠지만, 이러한 간극의 변환에 따른 이미지의 변형과 투입은 스케치,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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