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P. 30

이달의 작가
































































        시키면서, 동시에 보기에 따라선 일일이 두드려 만든 단조처리한 철 조각의 표      티로 정착되고 승화된 보기 드문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면질감을 떠올리게 한다. 질감이 강조되는 것도 그렇거니와 더욱이 저부조 형
        식의 작업이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다른 형식적 성      이 일련의 그림들을 작가는 D(dimensional) painting이라고 부른다. 차원회
        취를 예시해준다. 아마도 조각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작가의 이력과 무관하지       화? 차원을 여는 회화? 다중 혹은 다층차원회화? 아마도 어느 정도 이 모두를
        가 않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때로 단위원소를 얼기설기 엮어서 구조적이고 구       함축적으로 의미할 것이다. 상호간 이질적인 차원이, 이를테면 회화적 평면과
        축적인 화면을 재구성하기도 하는데, 구조가 느슨하기도 하고 촘촘하기도 한        조각적 입체, 추상적 형식논리와 형상적 재현논리, 그리고 의미론적으로 겉과
        다양한 표정의 화면을 연출한다. 단위원소와 단위원소 사이에 일종의 빈 공간       속, 안과 밖과 같은 이분법적 개념과 현상의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층위로 중
        을 마련하는 것인데, 때로 상당부분의 공간을 비워내 허허로운 화면을 연출하       첩된 회화, 경계를 넘어서 또 다른 경계며 차원을 여는 회화를 의미할 것이다.
        기도 한다. 여기서 단위원소에 해당하는 오브제 하나하나는 마치 먹그림에서        그리고 상호간 이질적인 차원들이 하나의 층위로 중첩된 존재의, 삶의 알레고
        의 필이며 선과도 같고, 더욱이 여백에 대한 공간 감각이 한국화 베이스를 가      리를 의미하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 시간과 세월이 만들어준 결과 겹이며, 켜
        지고 있는 작가의 또 다른 이력을 떠올리게 만든다. 각각 한국화 베이스와 조      켜이 내려앉은 지층과 주름이 존재의 흔적이며 상흔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존
        각 베이스가 그 경계를 허물고 융합되면서 작가만의 독특한 회화적 아이덴티        재론적인 그림이고 작업이다.


        28
        28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