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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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겹,Layers, 70×70cm, oil on canvas, 2022
기 위해서 나무가 스스로 껍질이 된 것. 그렇게 나무껍질이 특히 소나무 껍질 고나 할까. 그렇게 중첩된 나무껍질 형상을 화면 속에 병치시켜 하나의 유기
이 작가의 작업 속으로 들어온다. 처음에 작가는 나무껍질 그대로를 재현하는 적인 전체형상의 나무껍질을 이루도록 조형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하나의 단
데, 그게 좀 예사롭지가 않다. 그린다고만 할 수도 그렇다고 만든다고만 할 수 위구조를 반복 병치시켜 부분과 전체가 유기적인 관계 속에 어우러지게 한 것
도 없다. 그리는 것도 만드는 것도 아닌, 어쩌면 그리기와 만들기가 혼재되면 인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그 대상이 다름 아닌 자연인 까닭에 기계적인 반복
서 그리기와 만들기를 넘어서는 전혀 새로운 발상과 과정과 방법을 예시해준 구조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연엔 심지어 반복구조를 취할 때조차 사실은
다. 이를테면 붓(그리고 때론 나이프?)을 이용해 투명 유리판 위에다가 나무 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실제로 작가의 작업 역시 그렇다. 그리고 껍질을 강조
껍질 모양으로 물감을 얇게 편다. 일종의 물감 막을 형성시키는 것인데, 그게 할 요량으로 대비를 도입하는데, 대개는 그 속이 빨간 홍송 혹은 적송의 속살
적당하게 굳으면 유리판으로부터 떼어내 캔버스에다 옮겨 붙인다(콜라주?). 을 거친 껍질과 대비시킨다. 이렇게 해서, 이를테면 거친 나무껍질과 부드러
그렇게 옮겨 붙이면서 막 위에 막을 쌓는다. 실제로 소나무 껍질을 보면 하나 운 속살을 대비시키면서, 질감을 대비시키고 색감을 대비시키면서 겉과 속, 안
의 껍질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얇은 막이 층층이 중첩된 구조를 이루고 과 밖이 대비되는 상황논리를 열어놓는다. 겉과 속 그리고 안과 밖이 대비되는
있다. 나이테와는 또 다르게 시간의 켜를 쌓고, 보호막을 쌓고, 상처를 쌓는다 상황논리는 말하자면 비록 나무에 대한 관찰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그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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