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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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고향 가는 길, 72.7x60.6cm, 아크릴칼라, 2023 기다림, 72.7x60.6cm, 아크릴, 2023
이념의 강을 넘어선 팝아티스트
다만 '북한이탈주민'이 길다보니 줄여서 탈북민이라는 단어로 일반화 하여 쓰
판화가 심 수 진 인다. '자'(者)라는 표현을 공식 명칭에 들어있는 ‘민’(民)으로 대체해서 쓰고 있
는 것이다. 2022년도 6월 기준 탈북민은 3만3천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통
일부 북한이탈주민 통계. 2022).
글 :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한국의 청와대 경호실장급으로 근무하는 심수진작가의 작은아버지 초대로
평양에 머물게 된 청소년기 심수진은 또래의 아이들 보다 남다른 손재주가 드
러나기 시작하였다. 잠재된 소질을 눈여겨본 작은 아버지의 제안으로 평양학
한반도 이북의 주민이 남한으로 이주를 하였을 경우 과거 냉전 시기에는 귀 생소년궁전에서 그 소질을 키워 보고자 미래를 설계하던 중 불행하게도 다음
순 용사라는 다소 사상적 의미의 표현을 쓰던 시기가 있었다. 1990년대 이후 해에 엄마와 작은아버지가 모두 소천 하시게 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
로는 탈북 했다고 해서 탈북자라는 표현이 일반화되었다. 참여정부 시기에 들 년 후 다니던 학교에서 사로청지도원이 작가의 재능을 보고 1달여 짧은 기간
어서면서 새로운 터에 정착하였다는 의미의 ‘새터민’이라는 표현을 법제화했 동안 서예를 집중 지도 받게 하여 학교벽보, 특간호(학교 입구에 들어오면 보
으나, 흔한 통용으로는 여전히 탈북자라는 표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쓰인 이는 선전화 또는 벽보 같은 내용물 등의 일종의 현수막)를 제작하는 일을 도
다. 밝은 어감의 단어를 골랐다고 하지만 정작 북한이탈주민들 내에서는 '새 맡아 하게 되었다. 몇 달 후 교내 전교 글씨쓰기 대회에서 1등을 하게 되어 김
터'라는 단어가 오히려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인하며 차별적인 표현으로 비춰 일성과 김정일의 탄생기념일 편지 쓰는 일과 연구실기록자료 등 학교 업무들
진다는 이유로 반발이 심했다. 많은 탈북자들이 새터민이라는 단어에 혼란과 을 맡아서 하는 필사(筆寫)직을 수년간 하게 되었다. 작가 심수진은 당시 배움
거부감을 느낀다고 해서 현재는 정부 차원에서도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 의 꿈은 있었지만 여러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아 어려움이 컸으며 탈북하여
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1997년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중국에 잠시 머무르는 시기 교회간판, 성탄절 간판, 조선족식당 간판 등을 써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다. 해당 법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군사분 주며 자신의 잠재된 소질을 키워 나가고 있었을 뿐 이었다.
계선 이북 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
한 지역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심수진 작가는 1997년 고난의 행군시기 중앙속도전 돌격대 생활을 하다가 청
결국 2008년부터는 법률 용어인 '북한이탈주민'을 전면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진에 사는 외삼촌댁에서 표창휴가를 보낸 후 혜산 5도구(중국)를 걸쳐 장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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