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P. 33

건강의 이유로 아쉽지만 석사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 하게 되었다.

                                                            극도로 악화된 간경화는 2020년도에 들어서면서 더 이상 회생 가망이 없다
                                                            는 시한부판정을 받게 되고 작가 심수진은 주변 정리와 함께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했다, 마지막 지점에 서 있기에 주치의는 군복무를 하는 아들에게 연
                                                            락하여 조직검사를 권유하고 다행히 조직이 일치한다는 결론 하에 긴급 이
                                                            식절차를 밟아 2020년 8월 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새로운 인생을 감
                                                            사히 살게 되었다. 이식 수술 받고 새롭게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고 밝
                                                            은 마음과 이해심이 생겼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인들의 심리 상담을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저의 작품의 포인트는 ‘여행’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삶
                                                            의 여행 중 입니다. 하지만 그 여행의 목적지는 개개인 마다 다르고,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 또한 다릅니다. 하지만 여행이 줄 수 있는 기대감과 설레임은 별
                                                            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설레임을 모티브로 막연한 통일에 대한 생각
                                                            들이 계획하지 않은 여행을 갔다가 느꼈던 좋은 기억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
                                                            서서히 물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떤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닌, 우리 모두
                                                            가 서로 화합하고 자연스레 공존하는 통일의 모습과 그날을 고대하고 기다리
                                                            는 설레임으로 인위적인 인식개선의 목적이 아닌 친한 친구처럼 서서히 다가
                                                            오는 모습이기를 바래봅니다.”
                                                            - 심수진 작가노트중 -

                                                            심수진작가는 재료들을 다양하게 접하게 되는 경험을 통해 작가가 걸어온 기
                                                            다림과 그리움에 지치고 외로운 자신의 삶의 고난한 여정을 달래려고 하였다.
                                        리치, 130.3x89.4cm, 아크릴, 2021  투병 중 낙담했던 잡생각을 지으려고 병상에서도 짬나는 대로 그림 그리는 시
                                                            간을 친구삼아 몰두하며 자신의 작업과정에 많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초기
                                                            도자기 작품을 통하여 창작의 출발을 하였으며 나뭇잎을 모티브로 한 작품과
                                                            정에서는 재료의 한계점을 뛰어 넘어서 보고자 하였다. 칼로 파왔던 80여점
                                                            의 판화작품 과정에서는 인내의 깊이를 경험했다. 재료의 부담으로 모래를 연
                                                            구하여 나만의 작품을 해보고자 섬세함이 요구됐던 보석화 작품은 남,북의 미
            서 5년 여 기간 생활을 하였으나 공안(중국경찰)에 잡혀 북송 되어 가던 중 연    술표현의 다양한 오브제를 하나의 캔바스에 융합하여 녹여내 보고자 하였다.
            길에서 달리는 급행열차에서 탈출하였다. 열차에서 탈출하는 과정에서 머리         근작의 아크릴 표현은 작가가 병와와의 치열한 싸움에서 이겨낸 새 삶을 통한
            등 심한 타박상을 얻게 되고 길림성 돈화시(연변조선족 자치주)라는 지방에        밝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미학의 발로이다.
            서 치료를 받게 된다. 그 후 산동성의 북경쪽 지방으로 나와 한국으로 가는 비
            용을 마련 하고자 가정집에서 음식 만드는 일들을 하면서 한국으로 가는 꿈을       심수진 작가와의 인터뷰 중 들려오는 이북사투리에서 단신 월남하여 이북 고
            현실화하기 시작 하였다. 이후 작가는 라오스-베트남-태국을 통하는 긴 여정       향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생을 다하신 아버지의 이북 사투리가 정겹게 다가
            을 통해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왔다. 대학 1학년 시절 텔레비전에서 특집 방송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밤
                                                            새 시청하고 계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또 매년 추석이면 임시 차려
            판화가 심수진은 탈북민으로 남한에서 정착하면서 미술을 전공하고 전업작          진 임진각의 망배단에 고개를 떨군채 눈물을 훔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머릿
            가로서 화업(畵業)의 길을 걷고 있다. 탈북 후 한국에 도착한 탈북민 심수진      속 영상으로 떠오른다. 하늘나라 높은 곳에서 그렇게 그리워했던 평양땅을 원
            은 휴식도 없이 평소 관심이 있었던 패션디자인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       없이 내려다보며 미소 지으실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가장 가깝지만
            다. 그것이 작가가 평생의 화업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었다. 탈북과 대학      멀고먼 고향땅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밝은 마음과 건강한 모습으로 창작의 열
            생활에 몸에 지쳤는지 위궤양이 심해 건강상 이유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        을 다하는 작가 심수진의 미래를 상상하며 응원해본다.
            가 생활하며 도자기를 접하게 되었다. 도자기에 나뭇잎을 모티브로 하는 작업
            을 접목하며 창작의 즐거움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목표 설정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뭇잎은 작가에게 인내심을 키워주었으며 도자기를 하면서 기다림
            을 터득하였다. 하지만 작가는 도자기 작업 중 창작의 한계점을 느끼며 창작        참고자료발췌-----------------------------
            의 확산을 이루고자 미술대학교 생활을 다시 시작하며 표현의 다채로움을 경
            험 하게 된다. 탈북과정에서 주방 일을 하며 익힌 칼을 다루는 손실력을 바탕      북한이탈주민(2023.03.20).https://namu.wiki/
            으로 조각칼을 통한 판화작업에 흥미를 키워 나가게 되었다. 작가는 이어 대       심수진작가노트(2022)
            학원을 들어가 판화를 통한 표현의 세계를 정립하고자 하였으나 더욱 악화된        김재덕(2020). 이산가족테마전시 기획전


                                                                                                       31
                                                                                                       31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