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3년 04월 이북
P. 38

박광혁 컬럼






















































                       레이문도 마드라소, <가면무도회 참가자들>, 1875~1878년, 캔버스에 유채, 101.6×64.8cm,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뉴욕)



         뜻밖의 화가들이 주는 위안
                                                        페르소나는 원래 고대 그리스의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쓰는 가면을 말 하는
        가면무도회의 여인들                                      라틴어입니다. 고대로부터 주술적 의미를 지녔던 가면은 시대를 내려오면서
                                                        하나의 예술적 장르로 발달하기 시작하였지요. 서양의 카니발 이나 축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면은 ‘또 다른 내가 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
                                                        는 소품입니다.
        글 : 박광혁 (내과 전문의)
                                                        나의 원래 모습을 감추고 새롭게 변화된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원초
        <가면무도회 참가자들Masqueraders>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     적 욕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편견 없이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음악 프
        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페데리코의 아들 레이문도 마드라소가 그린 그림입       로 ‘복면가왕’도 인기인데, 이는 가면이 주는 익명성으로 실력만으 로 승부하
        니다. 무도회에 참석하려고 분홍색의 드레스를 한껏 차려입고 검은 가면을         는 모습을 보여 주기에 제가 좋아하는 방송 프로입니다.
        쓴 여인과 붉은색의 광대 복장을 한 청년이 작은 테이블 앞에 앉아 있습니다.      일상에서는 원래의 얼굴로 살아가지만 축제가 시작되면 그 얼굴에 가 면이 씌
        혹시 전설적인 카스트라토 성악가의 삶을 영화화한 ‘파리넬리’를 보았 는지요.      워집니다. 이전의 나는 사라지고 또 다른 나로 변신하는 것이지요. 서양화에
        카스트라토는 17~18세기에 고음의 음역을 노래할 수 있도록 거 세한 남자 가     서는 가면무도회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나 를 포함하여
        수입니다. 이 당시에는 여자 가수는 성당에서 미사곡을 부를 수 없었기에 카       모든 사람들이 가면을 쓰고 만나는 자리. 자신의 원래 모습을 버린다는 의미
        스트라토가 소프라노를 대체해서 불렀습니다. 이 영화에 서도 주인공 파리넬        에서는 가식일 수도 있지만, 가면이라는 매개를 통해 상대 를 편견 없이 바라
        리 역시 ‘페르소나’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본다는 의미에서는 평등일 수도 있습니다.


        36
        36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