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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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PE (diary series), oil pastel, acrylic, collage on canvas, 116.8x91cm, 2023






            는 깨어있는 순간은 계속해서 생각을 하게된다. 그 생각들이 파편처럼 흩어        넋두리를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틀에 한번 장을 보고 매일 가
            져 있는가, 아니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되어 있는 가의 차이가 있다. 그런     족들을 위해 가사노동을 한다.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경제활동도
            측면에서 송은경의 수집은 광적이지만 굉장히 수준높은 목표지향성을 띤다.         한다. 그릴 시간이 없다며 ‘제발 그림만 계속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
            ‘그림을 그리는 것’ 그 자체를 멈추지 않는다.                      지만 이미 작가는 모든 시간을 할애 해 작업을 구상하고 진행시키고 있었다.
            물류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작가에게는 굉장한 영감을 주었다. 사회적인 문
            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 중노동의 환경에      틈틈이 그려낸 작품들이 빛을 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환상적인 이번 12
            서도 작가는 예술적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버려놓은 메모지나 영수        월 개인전에 ‘희망’이 필요한 모든 이들을 초대한다. 진정한 나로 살아남는 방
            증 종이에 에스키스를 계속 남겼다. 편안한 일상이었다면 빈 캔버스 앞에서        법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화상인 'nosugi character' 를 통해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표현한  의 미완성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형화된 사회적 이념에 저항하며 그 속
            다. 내가 좋아하는 기호와 문자 언어를 재료에 구애 받지 않고 사용한다. 장소     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다는  '희망’을 그린 것이다.
            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자투리 시간이 나면 주머니에서 펜과 색연필을 꺼내
            틈틈이 작업하기도 한다. 이런 일상과 친밀한 작업행위는 나의 자유로운 정신       우리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환경에서 살아간다. 미완으로 끝나는 삶이지만 희
            성을 개발하고 형식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스케치 하듯 만들       망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나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
            어진 것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면 작품은 완성된다.              를 꺼내고, 삶을 나누며 대화가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리다 만 것 같아 인간                                       - 송은경 작가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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