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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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on23 _적층(積層)과 울림, 116.8×91.0cm, acrylic on canvas Relation23 _적층(積層)과 울림, 162.2×130.3cm, acrylic on canvas
각적 입체 효과를 끌어내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적층된 각 층에 자리한 원형이 속한 원 형상은 언제나 수면위에 자리하는 수련잎이면서 동시에 작가가 창조
여분으로 드러내는 색과 형에 의한 차이가 미세한 시각적 진동 효과를 주면 한 공간을 규정하는 방점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 만들어진 착시에 의한 공간과 평면감(平面感)이 혼재된 상태라 할 수 있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를 향해 가듯 방향성을 지닌 선들을 통해 작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을 때 반복되는 후렴구가 있으면 특히 그 노래에 더 몰
자신을 투영하는 전작들의 행보는 여전히 유효하며 그것은 화면의 확장성보 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을 선호
다 화면의 다중성을 더욱 주시하는 형태로 전환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요약 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단순-노출 효과 (mere-exposure
하면 방향성이 강한 선들의 배열에서 적층의 구조로 원형들을 중첩(重疊)하 effect)’라 한다. 이 효과는 노래뿐만 아니라 일상의 흔한 광고, 이미지 등의 시
여 전작들의 방향성을 지닌 선들에 의한 평면적 확장개념에서 이제는 위, 아 각적 정보와 문구, 소리 등에도 적용된다. 회화의 경우, 잭슨 폴록의 무수하게
래 배치개념에 의한 시각적 진동 또는 울림으로 미니멀하게 ‘적층에 의한 입 겹쳐진 선들과 흔적들의 중복이며 앤디 워홀의 나열된 마를린 먼로의 두상과
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캠벨 수프 깡통 등을 들 수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집약된 성능향상을 위해 면적이 늘어나는 기존 배열의 확장 겹침과 반복의 성향이 강한 이번 전시작들은 얼핏 보면 단순하게 평면성이
방식에서 상하로 부품을 쌓아가는 집적방식을 택한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인 강조된 화면위에 펼쳐진 원형의 색면들처럼 보이거나 또는 보는 사람의 성향
“낸드플래시의 적층설계”와 평면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개념은 유사 에 따라 여러 의미를 띠는 물체로 규정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형태를
한 구조라 할 수 있다. 수련의 잎은 잎과 줄기가 수면위로 자라는 여타 연들과 삭제하거나 비틀고 뭉뚱그리는 등의 조형적 재해석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
달리 원형에 가까운 잎이 수면과 일체가 된 느낌을 주듯 수면위에 뜬다. 요컨 지 못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 고난이도에 속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대, 클로드 모네가 수면위에 자리한 수련잎들과 그들을 감싸고 규정하는 빛과
색들을 주시하였다면 도 이는 수면위에 배열된 수련잎들의 형태와 공간을 자 초기의 나무 형태를 시각적으로 완전히 분해하고 기하학적 도상으로 재해석
신의 공간으로 끌어와 몬드리안의 그것처럼 형과 색을 재구성하고 겹겹이 쌓 한 회화적 정체성을 자신만의 고유표상으로 이루어 낸 몬드리안처럼 작가와
아올린 것이다. 즉, 수련이라는 식물을 모티브로 하여 자연의 본질과 생에 대 대상의 치열한 관계를 그런 의미에서 더한층 지속하기를 바라며 언제나 그랬
한 물음을 바탕으로 한 주체의 가치 판단을 작가로서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듯이 자신과 세계를 조형의지로 가득 채우기를 기대해본다. 연 줄기의 드로
잉을 통하여 선(線)에 대한 작가의 가치판단을 쉼 없이 조형적 표상으로 발현
자세히 보면 모호하게 중첩된 이미지들의 느낌과 다르게 처음과 끝의 세계가 하던 도 이의 의지와 열정을 감안하면 이번 신작들의 특질과 방향성은 상당
명확하다. 첫 번째 레이어에서 마지막 레이어까지 이어지는 중복과 중첩은 마 히 긍정적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지막 레이어 위에 놓인 원형의 형상에 의해 종료된다. 결국 맨 위의 레이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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