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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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남겨진 순간들, 130x162cm, 캔버스에 아크릴, 2023
2023. 12. 8 – 12. 20 갤러리내일(T.02-391-5458, 새문안로 3길)
류지선의 작업에서 말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적 메타포와 함께, 그림 안
남겨진 순간들 에서 각각의 다른 장소나 공간, 또는 시간을 연결해 주는 고리로서의 매개적
류지선 초대전 메타포라는 이중의 기호로서 기능한다. 즉, 말은 어느 장소이든 언젠가는 머
무를 수 없기에 특정한 장소에 정주하지 않고 그곳을 떠나야 한다는 장소에
대한 일시성의 시선을 유발하는 동시에, 매번 달라지는 새로운 공간을 끊임없
이 욕망의 대상으로 치환시키는 장치로서 그림의 공간에 불려 나오는 것이다.
글 : 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말이 등에 싣고 다니는 집들을 자세히 보면 다양한 주택의 양식과 공간이 혼
류지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말들은 등에 여러 형태의 집을 싣고 끊임없이 떠 재되어 있다. 때로는 성처럼 장중하게 보이는 석조건물 같은 것도 있고, 책거
돈다. 그 모습이 유독 떠돈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대개 조용히 터벅터벅 리 그림의 서가와 같이 이상화된 공간들도 있다. 동시대의 시공에서 서로 다
걸어서 정처 없이 걷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의 그 른 맥락의 온갖 욕망의 목록이 뒤섞여 있는 이런 이미지들은 이상적인 주거시
림에서 말들은 항상 어딘가로 계속해서 걸어서 묵묵하게 이동하고 있다. 말 설이나 공간에 대한 현대 시민들의 채울 수 없는 욕망의 벽을 더욱 닿을 수 없
이 소란스럽게 달리는 이미지가 아니라 조용히 걸어 다니는 이미지에서 어딘 이 높고 두터운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기에 이러한 장면들은 끊임없는 이
가 사색적으로 이동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그의 그림에서 말들은 동과 소유의 욕망을 동기화하는 잠재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머물지 않고 어디로든 떠나야만 하는 이동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배회 말이 등에 싣고 다니는 집들을 자세히 보면 다양한 주택의 양식과 공간이 혼
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이 끊임없이 여기저기 돌아 재되어 있다. 때로는 성처럼 장중하게 보이는 석조건물 같은 것도 있고, 책거
다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의 그림에서 말이 등장하는 장소들의 특징과 말 리 그림의 서가와 같이 이상화된 공간들도 있다. 동시대의 시공에서 서로 다
이 등에 싣고 다니는 여러 형태의 집에 주목해 본다면 떠도는 말은 어디를 가 른 맥락의 온갖 욕망의 목록이 뒤섞여 있는 이런 이미지들은 이상적인 주거시
던 그 어디에도 머물고자 하지 않고 늘 보다 더 나은 다른 장소를 꿈꾸는 듯한 설이나 공간에 대한 현대 시민들의 채울 수 없는 욕망의 벽을 더욱 닿을 수 없
몽상의 산책자처럼 보인다. 이 높고 두터운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기에 이러한 장면들은 끊임없는 이
동과 소유의 욕망을 동기화하는 잠재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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