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전시가이드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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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Relation23 _적층(積層)과 울림, 162.2×112.1cm, acrylic on canvas
2023. 12. 20 – 12. 26 갤러리루벤 (T.02-738-0321, 인사동)
에 대한 분석과 고찰을 통하여 주로 이루어진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에트
적층(積層)과 울림 - Relation 몬드리안의 기하학적 도형과 색면은 대상에 대한 초기의 가치판단을 원형으
도 이 개인전 로 하는 많은 에스키스와 습작들, 그리고 궤를 같이하는 연작들의 시행을 거
쳐 도달한 조형적 가치라 할 수 있다. 곁가지가 무성한 나무에서 기둥과 큰 가
지들만 남은 나무의 형태로 변해가는 몬드리안의 나무 연작들에서 드러나는
형태의 절제와 단순함에 대한 점진적 추구는 세로와 가로로 이루어진 기하학
글 : 임상완 (미술평론, 조형예술작가)
적 도형과 색면에 이르게 된다.
작가의 최근작들 주요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는 ‘형태
의 극단적 단순화’이다. 전작들에서 비중 있게 다뤘던 연 줄기나 연꽃이 자취
주체와 대상간의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다. 때문에 어느 한 쪽의 변화는 다른 를 감추고 그 대신에 수련의 잎이 주요한 세부적 묘사 없이 단순화 된 하나
한 쪽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대상의 변화에 따라 주체의 가치판단은 유동적 의 원 형태로 배경이나 주변부가 아닌 정중앙에 전면적으로 등장을 하며 겹
이면서도 특질을 주시하고 포착하는 반응적 지각으로 의미를 찾는 과정을 거 겹이 쌓인 층과 층의 기준을 이루고 있다. 이어서 두 번째로는 ‘평면의 적층
친다. 화가의 경우에는 보이는 그 자체나 순간적 변화에 가치를 부여 할 수 구성(積層構成)’이다. 각 평면에는 원형의 변형되고 단순화 된 수련잎 하나가
도 있고 혹은 구조적 본질이나 대상의 아주 다른 특징들을 강조할 수도 있다. 그 면에 대응하듯 자리하며 이후에 해당 층을 마감하듯 반투명의 백색 코팅
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방식의 재해석된 수련잎 - 원형의 드로잉 혹은 색면
‘연(蓮)’을 주제로 작업한 이후 도 이(김미숙)작가의 대상에 대한 형태적 관심 이 최소 8~9개 이상 코팅막이나 각각의 레이어에 대응하여 중첩되는 적층구
은 계속적으로 변화해왔다. 초기 작업들에 등장하는 마르고 비틀린 가느다란 조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연 줄기에서 희망과 풍요를 상징하듯 다소 두툼하고 통통하게 변신한 직전
작업들의 연 줄기를 거쳐 이번에는 연잎, 정확히는 수련의 잎들이 그림 전면 백색 반투명의 적층구조는 각 층에 자리한 원형들의 발색을 감쇄하여 화면
을 차지한다. 주제에 대한 형태적 관심의 변화는 직관과 감성 이외에도 대상 전체적으로 평면의 느낌을 조성하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공간감이 있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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