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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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내영혼에서 노래하는새, 116.8×91.0cm, Acrylic


                       “비밀이 없는데도                        가락이다.
                       비밀의 열쇠를 채워둡니다.
                       그 누구에게도                          잘 알라져 있듯이 모더니스트의 소통수단이 아이콘으로 바뀌었던 것은 의미
                       내 마음을 도둑맞지 않고                    소통의 층위가 4차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콘의 공유를 통해 소유되지 않
                       냉차게 거절당하지 않고                     는 존재의 만남을 시도한다.
                       그리움 따위로 매달리지 않게
                       오늘은 더 깊숙이 보관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아이콘은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없는 속내의 말을 소통시키
                                                        는 요긴한 방편이다. 방편으로서의 아이콘을 흔들어대거나 변장술로 그 속내
        비밀이 없음에도 비밀의 열쇠로 채워둔다는 말은 동그라미를 그리는 행위로         를 긴장케 만드는 의도는 가면놀이와 다르지 않다. 먼 옛날의 이야기다. 마르
        동어반복의 논리다. 아라비아 수 동그라미(O)는 ‘없다’이면서 동시에 ‘있다’는    셀 뒤샹은 소변 변기를 화랑에다 옮겨놓고 여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달았
        의미로 부정긍정을 함께 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반복할 때처럼 하나      다. 손님을 당황케 만드는 언어의 가면놀이다. 화랑을 벗어나 기표의 가면을
        마나한 소리지만 그래도 듣는 자가 있다. 이것이 모더니즘이 우리에게 보여주       벗으면 <샘>은 다시 변기로 돌아오고 손님은 ‘변기야 반갑다’라고 한다. 동어
        었던 해프닝과 이벤트의 퍼포먼스였다. 임경숙이 캔버스에서 만족하지 않고         반복의 가면놀이도 즐거운 것일까. 임경숙은 이 놀이를 ‘창의성’이라고 말하며
        해프닝 이벤트와 글쓰기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를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임경숙의 회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그가 제시하는 아이콘의 세계를 산책할 필        “기존의 있는 것을 이용하여 낯설게 하기, 익숙하게 보이기,
        요가 있다. 아이콘은 엘리트의 언어다. 딱히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못하는 기       충격을 주기, 재미나게 하기, 하늘에 구름이 흘러가는 상황을
        표로 만국 공통의 소통언어이다. 임경숙의 캔버스에서 우리를 반기는 아이콘        배가 향해 하듯이 로 표현할 수도 있지.“
        은 백마와 꽃과 비둘기, 오리, 그리고 다소 거칠게 보이는 눈썹과 팔뚝과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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