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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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봄을 느끼며..., 72.7×60.6cm, Acrylic
              연인, 116.8×91.0cm, Acrylic


                                  임경숙의 아이콘 눈과 눈썹, 그리고 손과 손가락의 인용은 그의 회화를
                                       참신하게 만드는 발명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캔버스에서는 조형의 추상적인 혼란을 조율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그의 아이콘 백마는 인류의 오랜 신화로 전해지고 있는 날개를 단 페가수스의       아이콘의 역사에서 꽃처럼 사랑받는 아이콘은 없을 것이다. 영혼의 구원과 사
        부활이다. 페가수스는 허공을 나르며 때로는 스핑크스와 마찬가지로 아름다         랑이라는 불멸의 이 아이콘은 이집트 벽화에서는 연꽃으로 태양이고 그리스
        운 미인의 얼굴을 가지기도 한다. 무거운 중력의 속박을 단숨에 걷어차고 하       신화에서는 아네모네 꽃으로 사랑과 영혼과 부활이다. 우리에게는 연꽃이 이
        늘 높이 올라가는 자유는 승천이고 ‘벗어남’이다. 시베리아나 우리네 샤먼 굿      심전심과 파안미소이고 용궁에서 부활하는 심청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꽃이
        에서는 샤먼이 말머리를 새긴 지팡이를 가랑이에 끼고 하늘로 나는 흉내를 낸       아이콘으로 쓰이는 것은 위험하다. 꽃의 속내를 활용하기에는 꽃은 이미 너무
        다. 이승에서 저승의 자유로운 왕래를 시위하는 굿거리다.                 나 낡고 덤덤해져있기 때문이다.

        임경숙의 말들에는 누드가 될 수 있는 사람만이 탄다. 한 마리의 말에 누드       뛰어난 변장술이 없이는 꽃이 의미하고 있는 속내를 다시 불러내는 일은 어렵
        가 된 한 쌍의 남녀가 타는 것은 최상의 구원이라고 화가가 말하는 것 같다.      다. 그럼에도 임경숙은 그의 캔버스에 많은 꽃들을 불러들이고 그 속내의 혼을
                                                        불러내는 굿판을 만든다. 그의 꽃은 눈썹을 가진 얼굴이기도 하고 태양이기도
        임경숙의 아이콘 눈과 눈썹, 그리고 손과 손가락의 인용은 그의 회화를 참신       하고 하늘에 가득한 별의 가면이기도 한다. 능숙한 변장술은 샤갈이나 뒤샹의
        하게 만드는 발명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눈썹은 동화의 아이콘이기        변장술을 연상케 한다. 변장술의 효시는 뒤샹의 <샘>이다. <샘>은 가면이고
        도 하지만 그의 캔버스에서는 조형의 추상적인 혼란을 조율하는 효과적인 장        속내는 소변기다. 전시라는 가면무도회가 끝나면 가면은 벗겨지고 그 속내의
        치가 된다. 눈썹은 눈에 소속되지만 그의 캔버스에서는 그 자체가 독립적인        변기가 들어난다. 야, 변기야 반갑다. 그렇게 중얼거리는 손님은 행복하다. 임
        기표로 활동한다. 눈썹이 둥글게 배열되면 활짝 열린 눈이 되고 한 줄로 나열      경숙은 자작 시<무상의 고요>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되면 눈은 숨고 간단한 줄만 남는다. 열린 눈썹은 긍정이고 한 줄이 되는 눈썹
        은 부정의 메시지이다. 눈썹이 여기저기로 이동하고 변형되는 것도 언어의 가                 “무상의 고요가 넘나들고
        면놀이를 돕는 이벤트이다. 눈썹이 아이콘이 되듯이 거대한 팔뚝과 손가락의                  평온한 사유가 반짝이는 충만감
        등장도 그렇다. 손과 손가락의 이미지를 신체에서 독립시키면 메시아의 예언                  비울수록-작아질수록-감사합니다.“
        이나 점성술, 혹은 불상의 수인처럼 우리의 일상을 긴장시킨다. 가면놀이의 하
        이라이트는 낯선 시선의 긴장감이다.                             모더니즘은 이미 죽었으나 아직 모더니스트는 살아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임경숙의 활약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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