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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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불확실한 여정 (붉은 실, 금속 선/가변크기/2016)  삶의 흔적 (Lebensspuren/600개 신발
                                      13,000m 끈 / 가변크기 / 2008)



                                                                      손안의 열쇠 (붉은 실, 낡은 조각배, 열쇠/가변크기/2015)

                                                                      전시 개최를 결정한 미술관과 작가 모두에게 고
                                                                      마운 마음이다.

                                                                      2011년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선보인 ‘삶의 흔적’
                                                                      은 실로 연결되는 ‘관계’가 중점이었다. 가느다란
                                                                      실들로 만들어내는 연결의 상징성은 이후 보다 복
                                                                      잡하면서도 전체를 이루는 공간을 만들어가는 구
                                                                      성으로 변형되었는데, 특별히 제56회 베니스 비엔
                                                                      날레 일본관에 설치되었던 ‘손안의 열쇠’는 망망
                                                                      대해를 항해하며 인생의 여정을 뜻하는 배와 함
                                                                      께 셀 수 없이 많은 기억의 층위를 열쇠를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개인적으로는  ‘불확
                                                                      실한 여정’보다 더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작가의
       침묵 속에서 (탄피아노, 탄 의자, 알칸타라 검은 실/가변크기/2002/2019/부산시립미술관 설치)
                                                                      붉은 실은 서도호(1962-/한국)의 ‘낙하산병’이 연
                                                                      상되기도 하고, 또 작가의 ‘피부의 기억’은 아무송
       죽음과 함께                         나카(Saory Tanaka)씨가 ‘불확실한 여정’과 ‘손안  (Aamu Song/송희원/1974-/한국)과 올린(Johan
                                                                      Olin/1974-/핀란드)의  ‘레드  드레스’가  연상되기
                                      의 열쇠’ 작품 화일을 보내주어 이 중 중학교 교과
                                      서에는 ‘불확실한 여정’을,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    도 한다. ‘침묵 속에서’의 경우 작가가 어릴 적 옆
                                      손안의 열쇠’를 실었다. 교과서가 선정되고 2018    집의 화재를 떠올리며 불에 탄 오브제들을 여기
       희망을 노래하는  년 3월 1일 정식 발행된 후 해당 교과서를 작가                          저기 배치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작가의 작품 설
                                      가 거주 중인 베를린으로 우송했는데, 이후 받았      명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죽음에 대한 두려
       시오타 치하루                        다는 연락은 듣지 못했다. 궁금하다. 받았을까, 아    움, 병으로 인한 괴로움, 그리고 작업에 대한 작
                                      니면 분실되었을까.                      가의 고뇌 등이었는데, 그것보다는 ‘노매드 예술
                                                                      가’(nomad artist), 즉,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교과서 개발 시 교과서에 게재할 작가의 작품 이      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드러내는 그러한 특
                                      미지는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서 받는다. 작품 게      성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
       시오타  치하루(塩田    千春/Shiota  Chiha-  재 계획을 알리고 작가와 함께 의논하는 과정 자   다.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 희망을 노래하고 긍정
       ru/1972-/일본). 이 작가와는 인연이 깊다.   체가 즐거워 이를 즐기는 편인데, 작품에 대한 작     적인 마인드를 전달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큰 울림
       2007 개정 미술과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미    가의 허심탄회한 생각과 더불어 학교미술교육에        으로 다가온다.
       술 교과서1) 개발 시(2008-2009) 작가에게 이메  대한 바램도 함께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을 보내 교과서 게재를 위한 작품 이미지를 요     작가에게 불쑥 이메일을 보내 작품 이미지를 요
       청했는데 ‘삶의 흔적’과 ‘영혼의 숨결’ 작품 화일을   청할 때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시오타 치      1)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안금희, 김정희, 이주연, 조우호,
       선뜻 보내주었고, 이 중 교과서에는 ‘삶의 흔적’을   하루의 경우처럼 대부분은 선뜻 그 큰 용량의 작      김현정/2011/서울: 지학사) <창작의 즐거움: 입체와 영상
                                                                      으로> 대단원 중 <설치의 계획과 실제> 단원에서 ‘삶의
       실었다. 교과서가 선정되고 2011년 3월 1일 정식   품 이미지를 척하니 보내준다. 작가들의 이런 배
                                                                      흔적’을 소개하였다.
       발행된 후 해당 교과서를 베를린에 있는 작가에게     려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여러 번의 요청에도 매
                                                                      2)  중학교 미술 교과서 ①, ②(연혜경, 이주연, 조우호, 이
       우송했고 이후 잘 받았다는 연락과 함께 작품 도     번 작품 이미지를 보내준 시오타 치하루에게는 정      상돈, 신은희, 임명숙, 윤지숙/2018a; 2018b/서울: 미래
       록을 보내주었다. 이후 2015 개정 미술과 교육과   말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부산시      엔) <공간 표현> 대단원 중 <선으로 표현한 공간> 단원에
       정에 따른 중학교 및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2)3) 개  립미술관에서 <영혼의 떨림> 전시(2019.12.17.-  ‘불확실한 여정’을 소개하였다.
                                                                      3)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조우호, 이주연, 성정원, 양정인,
       발 시(2016-2017) 역시 베를린에 거주 중인 작가  2020.4.19.)가 개최되었을 때 만날 수는 없겠지만
                                                                      이선경/2018/서울: 미래엔) <미술문화의 교류 > 대단원
       에게 이메일을 보내 교과서 게재를 위한 작품 이     혹시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한걸음       중 <미술문화의 교류와 다양성> 단원에 ‘손안의 열쇠’를
       미지를 또 요청했고 작가의 코디네이터 사오리 타     에 달려갔던 것 같다. 힘든 시기에 우리나라에서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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