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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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권 컬럼
















































                          새와 게, 29×29cm, 조선민화박물관


           민화를 차용, 응용한                                    녹여서 자연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김정(1940〜)은 ‘아리랑 가락’을 오방색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부여 주목받
           순수 작가들.Ⅷ                                       았다. 즉 그의 아리랑 시리즈 작품은 전통 음악이 현대미술로 다양하게 응
                                                          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한시기의 미술방향의 한 특색으로 자
                                                          리 잡았다.
           글 : 김용권(겸재정선미술관 관장)                            그 밖에도 김용철, 전혁림, 최영림, 이종상, 이화자 등도 다양한 민화적 도상
                                                          과 강렬한 무속적 원색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이들 역시 민화
                                                          가 갖고 있는 소박함, 꾸밈없는, 치기만만함 같은 복합적인 요소를 담았다. 또
           백남준(1932〜2006)은 전통 미술에 내재된 이미지의 주술성이 첨단 과학기    한 이들은 전통 민화에 한국의 풍경을 펼쳐놓거나 현실의 욕망과 기복을 의미
           술을 통해 생명력을 찾는 작업을 하였다. 그는 앞선 작가들과는 또 다른 첨단     하는 문장을 삽입시켜 즐거운 이야기가 담긴 그림으로 제작해 눈길을 끌었다.
           영상매체를 사용하면서도 우리 전통적 제재를 현대적으로 잘 이끌어 냈다는        이상과 같이 1990년대에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전통 제재를 선택해 새롭게
           평가를 받고 있다. 즉 그는 첨단영상매체를 통해 한국 전통 사상 특히 무속을     현대적으로 구사해 낸 작가들이 많았다. 이들은 민화, 불화, 무화 등에서 엿볼
           서구의 아방가르드 정신과 결합하여 한국적, 세계적인 고유한 양식을 구축하       수 있는 도상과 화면 구성 그리고 대담한 색채의 대비 등으로 신선한 바람을
           였다. 또한 그는 한국 문화의 핵심을 ‘신내림의 문화’ 혹은 ‘무속 문화’라 보고,   불러 일으켰다. 특히 그들은 민화에 나타난 재미있는 표현방법, 색감이야말로
           굿을 차용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였다.                         현대미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요소로 여겨 앞 다투듯 차용, 응용하였다. 끝으
           김종학(1937〜)은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화려한 색채와 민화적인 구성으로     로 당시에는 재료 사용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한국화 작가들은 먹, 화
           자연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담아내었다. 그가 화폭에 담아낸 꽃들인 민화 화      선지, 호분 같은 한국화의 재료를 벗어나 아크릴 물감이나 유채 등 서양화의
           조화의 도상과 융합하여 사실과 상징의 세계를 초월한 독자적 세계를 일구었       재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으며, 서양화 작가들은 아크릴 물감이나 유채 등
           다. 즉 그는 민화가 지닌 구도와 색채, 해학과 생동감을 자신의 의식과 몸 안에   에서 벗어나 한국화에서 사용하는 먹과 호분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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