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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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덕 컬럼









































       인생, 100P



       대자연의 서정적 New Realism                           신사실주의는 하나의 의미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소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
       서양화가 이 승 환                                     고 있기 때문에 추상표현주의나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추상(Abstract
                                                      Painting)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신사실주의를 분류하여 표
                                                      기 하자면 구상(Figuration)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 화단
                                                      의 구상화풍을 신사실주의로 명명할 수 있는 포괄적의미의 근거를 가질 수 있
       김재덕(갤러리한 관장, 칼럼니스트)
                                                      다 하겠다. 구상표현을 근원으로 하는 페어필드 포터(Fairfild Porter. 1907-
                                                      1975)등 신사실주의 화가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심미적 감성과 함께
                                                      다소 비표현적으로 물감을 다루는 테크닉적 기법을 통하여 표현대상의 외형
       사실주의(Realism)는 신고전주의 이후 프랑스 회화에 등장한 새로운 조류로    또한 충실히 전달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동시대의 생활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진실 되게 기록하여 표현 하고자 했다.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화가들은 신고전주의의 고상한 주제의 표현이나 영웅         평생 전업 작가로 활동한 이승환서양화가는 구상 즉, 신사실주의에 입각한 화
       들의 모습이 아닌 눈에 보이는 자연 그대로의 사물들을 과장 없는 표현으로       풍으로 작가만의 독창적 세계를 표현해온 대표적 작가이다. 작가는 ‘자연의 숨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각적 이미지에 충실했던 사실주의에 관념적 사상      소리’라는 테마로 한적한 야산과 강, 들길, 북한산과 한강, 백두산 등 우리 자연
       의 속옷을 입게 해준 신사실주의(New Realism)는 대중과의 적극적인 대면을   을 파스텔 톤의 블루그레이를 통해 몽환적 세계를 감상하게 해 준다. 캔버스에
       이루며 팝 아트를 달리 부르는 용어로 사용되었었다. 그러나 현재 팝아트의 메     반복되는 영겁(永劫)의 붓질을 통해 나타나는 추상적 단순성은 리얼리티를 가
       카를 이룬 미국에선 당시 팝아트의 보편적 의미로 널리 통용되지 못했고 새로      지면서 함께 깊은 관념적 감상의 세계로 몰입하게 해주며 지금껏 감상해 왔던
       운 형태의 사실주의를 의미하는 소극적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환경이었다. 앞      자연의 풍경화를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여준다.
       선 전통적인 사실주의가 인본주의적인 내면의 세계를 기초로 관찰되는 시각
       적 이미지 그대로 묘사했으며 추상에서 나온 평면적인 화면공간을 배격하였        ‘자연의 숨소리’를 통해 이승환화가는 시각적으로 전달되어 지는 자연그대로
       다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사실주의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  의 풍경을 표현하면서도 작가의 캔버스는 극히 절제된 색채와 단순한 구도로
       ism)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한 미술임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를 근본으로 하       추상표현주의의 내면의 표현처럼 느껴지는 그만의 독특한 창작의 세계를 천
       면서도 다소 절제되는 입체공간의 표현과 리얼리즘의 반항 운동이었음에도         착(穿鑿)해 나가고 있다. 최근작 ‘인생’은 100호의 캔버스에 농익은 블루색이
       모더니즘(modernism)회화의 단순화된 색채사용 등의 특징을 받아들여 사실    원근의 구분 없이 내려앉고 한 켠의 목선이 적막함으로 정박하여 수면에 비
       주의와는 관념적 차이를 가지는 미술표현의 한 맥을 이루었다.              쳐진 자신의 복제된 시뮬라크(Simulacrum)를 통해 신사실주의의 관념적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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